미국 뉴욕의 아틀라틀 캠프 (Atlatl Camp at New York State, USA)


뉴욕주의 산림공원

울창한 숲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간직하고 있는 뉴욕주 레치워드 주립공원. 뉴욕 맨해튼으로부터 자동차로 불과 몇 시간이면 닿는 이 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오랜 옛날 이 지역의 주인이었던 아메리카 인디언의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곳에 모이는 이들은 끼리끼리 숲 속에 텐트를 치고 차갑고 신선한 밤공기를 마음껏 즐기면서 흠뻑 자연에 빠져든다.

울창한 전나무 가지 사이로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비춰들자, 잠에서 막 깨어난 사람들이 아메리카 인디언의 텐트형 가옥인 티피 밖으로 하품을 하면서 나와 기지개를 켠다. 밤새 내린 이슬 때문에 숲 가운데 자리잡은 야영지의 풀잎은 축축하게 젖어 있지만, 가죽옷과 털옷을 걸친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풀밭에 털썩 주저앉아 모닥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작은 활 모양의 불피우개를 손으로 열심히 돌리자 아래쪽의 나무 부스러기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면서 이내 불꽃이 타오른다.


도심 속의 원시생활 동호인

버섯을 따 가지고 오는 여인네와 침구를 내다 말리는 남자들, 냇가에서 맑은 물을 길어 오는 아이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른 아침의 숲 속은 부산하다. 차림새는 분명 인디언인데 황인종은 하나도 없고 모두 백인 일색이다. 부스스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카락, 손톱에 때가 낀 시커먼 손, 헐렁한 옷차림... 행색은 초라하지만 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주말이면 숲 속은 마치 장터처럼 시끌벅적해진다. 동호인 사이에서는 원시생활 기술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인기가 높다. 고수 주변에는 그의 기술을 한 수 배우려는 ‘초보 원시인’들이 모여들어 고개를 빼고 기웃거린다. 여기저기 인디언 차림을 한 사람들이 나무틀에 앉아 숙련된 솜씨로 화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다른 한켠에서는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사람이 화약약품을 쓰지 않고 거친 동물의 가죽을 무두질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화이어드릴, 부싯돌 등 갖가지 기구로 불 피우는 방법을 자랑하는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활이 발명되기 이전 4만년 동안 사용된 고대무기

원시생활 체험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바로 ‘아틀라틀’이다. 가늘고 긴 화살을 멀리 던지는 도구인 아틀라틀은 원시인들이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으로 지구 전역에서 사용되었지만, 돌이 아닌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선사유적지에서는 거의 발굴되지 않는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으로 여겨지는 아틀라틀은 석기시대로부터 무려 4만 년 동안이나 쓰이다가 2천여 년 전부터 당시 새롭게 발명된 도구인 활과 화살로 서서히 대체되었다.

아틀라틀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다. 한쪽에는 손아귀에 잡을 수 있도록 핸드그립이 있고 다른 한쪽은 끝이 구부러져 뾰족하게 깎여 있다. 앞부분에 돌촉이 달린 1.5미터 길이의 화살을 아틀라틀의 끝에 끼우고 팔과 손목의 힘을 이용해 어깨 위로 던진다. 아틀라틀을 사용하여 화살을 투척할 때 생기는 힘은 실로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나무로 만든 화살을 팔의 힘만으로 던지는데 무슨 상상력이 있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숲 속에서 아틀라틀 투척 연습을 하던 변호사 출신의 제리 윙클리씨는 그 위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1살짜리 아들에게 아틀라틀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줬더니 신나게 표적 맞추기를 하다가 실수로 마당에 주차한 차를 맞췄습니다. 그런데 화살이 차 옆문의 철판을 뚫고 박힌 거예요. 아틀라틀이 단순히 원시인의 장난감이 아니라 맘모스나 들소를 잡던 무서운 무기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가냘퍼 보이면서도 놀라운 파괴력을 지닌 아틀라틀

아틀라틀의 놀라운 위력은 16세기 아즈텍인들이 스페인 침략자들에 맞서 싸울 때 익히 증명된 바 있다. 당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코르테즈의 군대는 최신식 화력으로 무장하고 아즈텍을 침공했다가 아틀라틀이라는 원시무기에 처참하게 패하고 말았다. 아즈텍인들이 던진 아틀라틀 화살이 스페인 군인들의 갑옷을 뚫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즈텍의 아틀라틀 화살촉은 낚시 바늘처럼 갈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어 갑옷을 뚫고 들어온 화살을 제거하려면 일단 몸을 관통시켜 뒤로 빼내야 했다고 한다. 아틀라틀이란 아즈텍 인디언의 말로 ‘창을 던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훌륭한 무기인 아틀라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것은 보다 사용이 편리한 활과 화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원시 생활 체험자들을 중심으로 아틀라틀 붐이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아틀라틀을 사용하는 경기는 멀리 던지기, 표적 맞추기, 정확한 던지기 등이 있는데, 현재까지 수립된 멀리 던지기 기록은 무려 2백5십7미터나 된다.

‘아틀라틀 봅’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엔지니어 출신의 윌리엄 퍼킨스씨는 ‘갸날퍼 보이면서도 놀라운 파괴력을 지닌’ 아틀라틀에 미쳐 인생의 진로를 바꿔버렸다고 털어놨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원시생활 체험 캠프만 쫓아다닌다는 그는 새로운 아틀라틀과 화실의 디자인에 골몰하고 있다. “아틀라틀 던지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화살입니다. 화살은 용수철과 마찬가지예요. 아틀라틀에 의해 던져진 화살은 날아가면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가공할 속도를 내지요. 이 때문에 화살촉의 디자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돌을 연마하여 화살촉을 만드는 플린트냅핑

돌을 가지고 화살촉을 만드는 작업을 플린트냅핑이라고 한다. 이는 독일어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플린트(flint)는 원시인의 석기를 말하고 냅핑(knapping)은 ‘조각내다, 깨뜨리다’라는 뜻. 즉 돌을 깨서 쓸모 있는 도구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말한다. 냅핑에는 마노석이나 흑요석을 사용한다. 원시인들은 석기를 만들 때 땅에 굴러다니는 아무 돌이나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 마치 광산에서 광물을 캐내듯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돌만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돌들은 센 힘을 받으면 깨져 버리지 않고 박편으로 떨어져 나가는 성질을 갖고 있어 뾰족한 모양을 내기가 쉽다. 돌이 준비되면 처음엔 쳐서 떼기라 하여 세게 내리쳐서 어느 정도의 모양을 만들고 그 다음엔 눌러 떼기라 하여 사슴뿔로 만든 연장으로 꾹꾹 눌러 석편을 떼어 나가면서 완전한 돌촉을 만든다.

레치워드의 원시생활 체험 캠프에서도 여기저기서 냅핑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스스로를 냅퍼라고 부른다. 틈만 나면 앉아서 돌을 깨고 있는 이들 냅퍼들에게 있어서 냅핑이야말로 가장 원시인다운 중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자연에 묻혀 자연을 배우는 행위

아틀라틀 던지기와 플린트냅핑을 통해 사람들은 도시의 골치 아픈 일들을 잊고 지낸다. 뉴저지 출신의 레이 맥두갈 씨는 원시 생활을 체험하는 동안 대자연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원시 체험은 자연에 묻혀 자연을 배우는 행위입니다. 캠핑이나 등산과는 종류가 다르죠. 우리는 정말 자연의 일부가 됩니다. 푹신한 침대와 오리털 이불이 없어도 얼마든지 편하게 밤을 보낼 방법이 저절로 생기더군요”,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원시인을 ‘비지능적, 비창조적, 비발명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령 원시인의 불 피우는 기구는 디젤엔진의 원리와 같습니다. 잘 다듬어진 석기시대 돌칼은 오늘날 생산되는 최고 제품의 의료용 칼보다 훨씬 날카롭답니다.” 뉴저지에서 외과병원 의사로 일하는 브라운 씨의 원시인 예찬은 끝이 없다.

원시생활 캠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다. 메마른 산업사회 속에서 허덕거리고 살며 자연에 목말라 하는 도시인들이다. 이들이 주말이면 찾는 원시체험은 각박한 도시 생활을 그나마 유지시켜주는 마지막 활력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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