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바스칸 인디언의 유콘강 연어잡이  (1)
Athabaskan's Salmon Fishing at Yukon River, Ala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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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삶을 사는 알래스카의 연어들

지구상에 살고있는 많은 종류의 동물들은 태어난 곳을 떠나 먼 지역으로 여행을 하거나, 다시 태어난 곳으로 회유하는 이동성 생활패턴을 영위한다. 그 중에는 호주대륙과 시베리아를 오가는 철새들처럼 매년 수천 수만km의 거리를 여행하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동물도 태평양 연어만큼 드라마틱하고 눈물 나도록 처절한 생애를 살지는 못할 것이다.

알래스카 내륙의 강물에서 태어난 태평양 연어는 바다로 내려가 수년을 살다가 천신만고 끝에 자신이 태어났던 그 자리로 돌아와 알을 낳은 후 기진맥진하여 생을 마친다. 이들의 행동반경은 한국의 동해안으로부터 캘리포니아 연안에 이르기까지 북태평양 거의 전역에 달하며 회유하는 거리는 수만km가 넘는다. 한갓 미물에 불과한 물고기가 육지도 아닌 바다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출생지를 기억하고 있다가 정확하게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과학자들의 끈질긴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 수수께끼의 해답은 아직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거칠고 험한 태평양을 돌고 돌아 자신이 태어난 알래스카에 도착한 연어 떼의 앞에는 갖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각종 첨단장비를 갖춘 어선들과 함께 곰, 독수리, 갈매기, 까마귀, 수달 등 온갖 동물들이 힘이 빠진 연어를 먹어치우려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긴 유콘강에서 태어난 연어들은 3천km에 달하는 긴 거리를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대하 유콘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태평양 연어는 킹, 레드, 핑크, 실버, 도그 등 다섯 종류로 나뉘는데 이들은 알래스카 원주민들이 부르는 또 다른 인디언 이름과 함께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킹(원주민어: 치누크)은 연어 종류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보통 무게가 3~4kg 나가지만 10kg이 넘는 것들도 흔하다. 5~6년을 바다에서 보내다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데 바다에서 오래 산 놈들일수록 몸집이 더 크다.

레드(소크아이)는 맛이 뛰어나 상업 어로의 주된 대상이 된다. 매년 알래스카에서만 5천여 만 마리의 레드가 어민들의 손에 잡힌다. 산란시기가 가까워지면 몸 빛깔이 현란한 주홍색으로 바뀌어 미식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크기가 작은 핑크(험피)는 가장 개체수가 많은 연어이다. 알래스카로 매년 돌아오는 핑크의 수는 약 3억 마리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인디언들은 전통적으로 핑크 연어는 맛이 없다고 하여 잡지 않았으나 요즘은 바다에서 잡은 것들로 통조림을 만든다.

아름다운 모습의 실버(코호)는 연어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사진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종이다. 알래스카 내륙의 계곡을 박차고 뛰어오르다 불곰들에게 잡혀먹히는 것이 바로 이 연어다. 실버는 산란기가 되면 마지막 석달 동안 몸무게가 2배나 불어난다.

도그(첨)는 다섯 종류 가운데 가장 숫자가 적으며 가장 먼 거리를 회유한다. 맛이 없어 사람들은 먹지 않고 에스키모들이 썰매를 끄는 시베리안 허스키 개를 키울 때 이 연어를 먹이로 주었는데 산란기가 되면 머리 모양이 개처럼 변한다고 하여 ‘개연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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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러시 시대를 연상케 하는 알래스카의 연어철

매년 연어가 돌아오는 철이 되면 알래스카는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인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연어 떼의 움직임과 그 해의 회귀 예상 숫자를 기사화하고 주민들은 연어 떼가 가져다 줄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며 부푼 꿈에 설렌다. 수천 척의 연어잡이 어선들은 최신식 어군탐지기와 그물로 무장한 채 베링해의 유콘강 하구와 브리스톨만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고향을 찾아오는 연어를 무차별로 낚아 올린다. 알을 낳기 위해 수천km를 헤엄쳐 온 연어는 불쌍하게도 고향 문턱에서 그대로 잡혀 통조림이 되어 팔려나가는 것이다.

상업어로의 목적은 가능한 많은 고기를 잡는 것. 그래서 베링해의 연어잡이 어선들과 알래스카의 연어처리 공장은 연어잡이 철이 되면 필리핀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큰 돈을 만지려고 알래스카로 몰려드는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밤낮없이 일하면서 연어를 건져 올리고 이를 처리하여 미국과 일본으로 내보낸다. 연어가 많이 회귀하는 해에는 처리 공장이 밤샘 작업을 해도 잡아 오는 연어를 다 소화해내지 못해 어선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단기간 강도 높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외국 노동자들이 받는 보수 또한 엄청나게 높다.

연어가 들어오는 항구는 흥청망청 돈을 써대는 선원과 노동자들로 넘쳐나고 이들을 겨냥한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흡사 골드러시 시대를 연상케 한다. 연어철의 모든 알래스카 마을에서는 식당과 택시운전 등은 주로 캘리포니아 등 라우어 48(알래스카 원주민이 미국 본토 48개 주를 일컫는 말)에서 한몫 잡기 위해 올라온 한국인들 차지이다.

“연어철에는 잔돈은 돈으로 쳐주질 않아요. 100달러 짜리 지폐가 기본 화폐 단위죠. 여기에서는 자정까지 술을 파는데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11시가 넘으면 5백달러씩 집어주고 순서를 바꾸는 술꾼들이 많아요.”

한 한국식당 주인의 말처럼 연어철에는 모든 것이 미쳐 돌아간다. 이 한국식당의 메뉴에는 초밥 한 덩어리에 5달러라는 가격이 붙어 있다. 두 사람이 초밥 몇 개에 안주 한 접시를 시키고 술이라도 조금 마시면 높은 세금과 함께 2백달러가 넘는 계산서가 날아온다. 가장 싼 음식이 한국식 짬뽕. 세금 포함 25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만원이라는 기절할만한 가격이 된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낮아서인지(?) 주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돈에 혈안이 되어 하구를 막아선 상업어로 어선들의 그물을 피할 길이 도저히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그래도 많은 연어들이 철통같은 그물망을 지나 유콘강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한다. 강에 들어온 연어들은 먹이를 먹지 않으면서도 놀라운 힘으로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비축해두었던 지방질을 조금씩 사용해 가면서 알 낳을 곳을 찾는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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