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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8 술루해의 바다집시 (Sea Gypsies of Sulu Archipelago) #3
물에서 나서 물에서 죽는 바다의 떠돌이, 바자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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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파에 사는 우말라니씨 가족

먼 바다로 나가 바자우족의 고기잡이를 구경하다 하우스보트 한 척을 만났다. 바자우족들이 ‘레파’라고 부르는 하우스보트는 이들이 수상가옥을 짓기 전까지 집으로 삼고 살던 커다란 돛배이다. 지금까지도 바자우족 가운데 레파를 타고 물 위를 떠도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데 배의 한쪽 끝에 물을 담아두는 항아리가 있고 다른 한쪽에 화덕과 함께 부엌이 차려져 있어 그야말로 움직이는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스무 살이 넘은 바자우 사람은 누구나 레파에서 세상에 태어났다고 한다. 10여 미터 길이에 폭이 넓어 다른 고기잡이 배에 비해서는 꽤 큰 편이기는 하지만 지난 세대까지 바자우인들이 이런 배 위에서 일생을 보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앞뒤에 조각을 하여 한층 멋을 낸 이 레파에는 우말라니 부부와 아들 하나, 세 식구가 오손도손 살고 있었다. 남편은 허리춤에 맨 줄을 배에 연결 한 채 물 속에 잠수하여 고기를 잡는 중이고 달리 놀잇감이 마땅치 않은 아이는 물고기를 손질하는 엄마를 거들고 있다.

바자우족들이 고기를 잡는 방법은 매우 독특하다. 술루 제도의 섬에 자라나는 ‘따후’라는 나무의 뿌리에는 고기를 마취시키는 성분이 있다. 따후를 망치로 두들겨 짓이긴 후 이것을 들고 반경 20여 미터의 물 속을 헤엄쳐 다니면 근처에 있던 물고기들이 제각기 비실비실하며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3~4분쯤 지난 후 커다란 체를 들고 물 속으로 들어간 우말라니는 한 번에 20여 마리 씩의 커다란 고기를 건져내어 배 위에 쏟아부었다. 배 위에 잡혀온 고기들은 한참을 기절한 채 있다가 나중에야 깨어나서 퍼덕거린다. 따후의 독은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다니 이처럼 쉬운 고기잡이가 어디 있겠는가 싶다.

우말라니는 바람이 불면서 물결이 일자 서둘러 물에서 나와 돛을 올린다. 바자우들은 변화무쌍한 술루해의 기상에 언제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술루해는 태풍이 처음 만들어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의외로 일년 내내 바다가 잠잠한 편이다. 그러나 때로는 큰 풍랑이 일어 재난을 일으키기도 한다. 바자우에게 있어 대자연은 생의 동반자이자 거역할 수 없는 위대한 힘으로 군림하고 있다.

 
바람과 바다를 읽어내는 재주

태어나면서부터 바람과 익숙해져 있는 이들은 바람과 함께 일하고 함께 하는 법을 배운다. 바람과 바닷물을 관찰하여 풍랑의 정보를 예견하고 바닷물에 손가락만을 담가보고서도 지금 있는 곳이 어디쯤이며 목적지에 얼마 후에 도착하리라는 것을 정확히 짚어낸다. 땅에 사는 우리들이 땅 위의 여러 지형에 무슨 고개, 무슨 산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를 기억하는 것과 같이 바자우족은 누구나 머리 속에 바다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같이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이들은 멀리 셀레베스해(인도네시아 중부에 위치한 대순다 열도의 셀레베스 섬 북쪽 바다)까지 고기잡이를 나가기도 한다.



Ⓒ Park, Jongwoo / OnAsia
(
http://docu.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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