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루해의 바다집시 (Sea Gypsies of Sulu Archipelago) #1















바다 위에 집을 짓고 사는 바자우족
수평선 위에 아스라이 보이던 검은 점들이 점점 커지면서 집의 모양이 나타난다.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물 위에 지어진 수상가옥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육지라곤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살고 있는 바다의 떠돌이 바자우족의 마을이다. 보르네오 섬 동북쪽으로부터 필리핀 민다나오 제도까지 이어지는 술루해는 수심이 얕은 바다이다. 이 바다는 바자우족이 태어나서 자라는 집이고 이들이 살아가는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술루해의 수상족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521년 세계일주 항해를 하던 마젤란에 의해서다. 당시 마젤란의 항해일지는 바자우족을 ‘땅 위에서 살지 못하고 평생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5백여 년 전 바자우족들이 살아가던 모습은 사실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때까지 바자우들은 너나없이 배에서만 생활을 하며 술루해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바다에 통나무를 꽂고 그 위에 집을 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00여 가구가 모여 가장 큰 바자우촌을 이루고 있는 수앙푸쿨 마을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던 마무드 말라봉은 ‘동력선이 들어와 열대림이 가득 들어찬 보르네오 본토를 다닐 수 있게 되면서 뱃길로 이틀을 항해하여 그곳에서 통나무를 실어와 바다 위에 집을 짓는다’고 설명한다.
어떤 집에는 두세 개의 방과 함께 나무 발을 깔아놓은 제법 널찍한 마당이 있어 이곳에서 해초나 생선을 말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를 구해오지 못하는 집들은 그야말로 달랑 방 한칸만 바다 위에 서 있을 뿐 발 하나 내디딜 공간조차 없다. 바자우족의 집은 방 한쪽에 구멍이 뚫려 있어 이곳으로 음식찌꺼기나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고 용변을 보기도 하는데 밀물과 썰물의 들락거림으로 반나절이면 깨끗이 씻겨나가 자연적으로 청소가 된다.
배보다는 수상가옥이 낫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고달픔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물이 귀해 비라도 내리면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집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 꺼내 지붕 모서리에 매달아 빗물을 받는다. 그나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대성 소나기가 퍼부어주니까 견딜만하지 그렇지 않으면 식수 때문에 바다에서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바다 위에 전기가 있을 리 없고 해가 지면 꼼짝없이 집 안에 틀어박혀 날이 밝을 때까지 긴 밤을 보내야 한다. 어쩌다 풍랑이라도 몰아치면 주민들은 목숨을 하늘에 맡기고 바다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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