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ssay/The Diary

초여름의 광릉수목원

oldwood 2008. 6. 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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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광릉수목원

정말 오랜만에 광릉 국립수목원에 다녀왔다. 광릉내 입구에 전에 못보던 영어 간판이 서있다. 'National Arboretum'이라는 라틴어 어원의 이름이 뭔가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전에 못보던 것이 또 있다. 수목원 입구의 관광용 마차다. 예전에 크낙새 보려고 광릉 다닐 때는 참 한적한 시골이었는데...

요즘의 광릉수목원은 옛날같지 않아서 방문을 원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고 그러다보니 예약제다 뭐다 해서 큰 맘 먹고 준비하지 않으면 가기가 어렵다. 오후 3시에 들어갔는데 장마철인데도 화사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져 사진은 많이 찍지 않고 대신 숲내음을 흠씬 들이마셨다. 이른 아침에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올 때의 신비스런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지만 그런데로 분위기는 참 좋다. 숲 한가운데를 지나는데 갑자기 좋은 향이 퍼지길래 동행한 식물학자 이유미 박사에게 물으니 전나무가 내뿜는 것이란다. 이게 말로만 듣던 피톤치드 냄새인가?

일요일인데도 근무중이던 국립수목원 연구원 이유미 박사는 정말 정말 우리 꽃, 우리 나무를 사랑하는 분이다. 식물분류학을 전공한 학자 답게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숲으로 가는 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 <한국의 야생화>, <우리는 숲으로 간다> 등 좋은 책들을 참 많이 쓰셨다. 사무실에 잠시 들렀더니 얼마전 베트남 출장 중에 사온 것이라면서 베트남산 커피를 타주느데 맛이 일품이다.

여름의 중턱에서 마음껏 자라나는 수목원의 식물들. 울타리 밖으로 나가 10분만 차를 달리면 먼지를 날리며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수목원 안에 있는 녀석들은 참 행복하겠다. 이런 수목원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딱 10개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