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북부 생명의 젖줄 나일강 (Nile River of Upper Sudan)



나일강이 일궈낸 황무지 문명 누비아

이집트와 수단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일강의 중류 지역을 ‘누비아’라고 부른다. 이 지역을 흐르는 나일강은 곳곳에 여울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서 각 여울마다 차례대로 1번부터 6번까지의 번호가 매겨져 있다. 제1급류에서 제6급류 사이에 위치한 누비아 지방은 고대 이집트와 함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누비아 문명의 발상지이다.

누비아 문명은 기원전 3천8백 년경에 일어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 동안 이집트 문명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해 왔다. 아프리카 내륙에서 생산되는 상아나 모피와 같은 무역품이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로 운반되는 길목에 위치한 누비아 지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크고 작은 여러 왕국들이 생겼다가 소멸하는 등 역사의 흥망성쇠가 되풀이되어 왔다.

특히 제4급류 부근에 번성했던 쿠시 왕국, 5번과 6번 급류사이에 생겨났던 메로에 왕국은 찬란한 황금 유물과 함께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유사한 생김새의 피라미드를 유적으로 남겨 놓고 있다. 이들 피라미드는 하류에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하지만 정삼각뿔에 가까운 이집트 피라미드에 비해 직삼각뿔로 만들어진 누비아의 피라미드 쪽이 더욱 건축적인 긴장미를 자아낸다.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 황무지 사헬

지금 누비아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은 자알린족이라는 이슬람 계의 소수 민족이다. 이들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수단의 수도 하르툼으로부터 그다지 멀리 떨어진 거리는 아니지만 사막을 뚫고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르툼에서 북쪽으로 이집트 국경에까지 이르는 북부 수단은 광활한 사막 지대이다. 아프리카인들은 이곳을 ‘사헬’ 이라고 부른다. 북아프리카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사하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모래사막인데, 사헬은 이 사하라의 외곽을 에워싸고 있는 반건조 지대의 황무지를 가르킨다. 아랍어로 ‘주변부, 가장자리’라는 뜻으로 사하라라는 지명의 어원이 되기도 하는 사헬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몽골의 초원지대 사막을 ‘고비’라고 부르는 것처럼 단단한 땅에 적당히 모래가 섞인 형태의 사막을 일컫는 일반명사이다.

이 사헬은 북아프리카 서쪽 끝의 모리타니아로부터 시작하여 홍해와 만나는 최동단의 이집트까지 거의 5천여 킬로의 먼 거리에 걸쳐 뻗어있다. 북부 수단의 사헬은 윗쪽의 누비아 사막과 아랫쪽의 바유다 사막으로 나뉜다. 하지만 수단 사람들은 그런 구별 없이 그저 사헬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사막을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으로 삼는다.

일단 바유다 사막에 들어서면 길은 금세 사라지고 몇 미터 간격으로 열을 지어 하나씩 놓여 있는 주먹만한 크기의 돌만이 북쪽으로 가는 방향을 알려줄 따름이다. 사막 안에서 지도란 있으나 없으나 결국 마찬가지가 된다. 방향을 표시할만한 적당한 지형지물이 없으니 지도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황무지에 어지럽게 나있는 길들은 최근 들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알게 모르게 모래가 점점 많아지면서 서서히 길을 덮어가고 있는 것이다. 길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숲에 에워싸였던 옛날 마을들도 천천히 모래더미 속에 파묻혀 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사막화 현상은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하라와 달리 사헬 지역에서는 연간 강수량이 수백mm나 되는 곳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비가 내리기 때문에 약간의 농사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물기가 하늘로 증발해 버린다는 데 있다. 비가 내리면 평소 건조한 상태로 있던 ‘와디’ 라는 개천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다가 이내 말라버리고 습기라곤 간 곳이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사헬에서는 가뭄이 피해갈 수 없는 재난이다. 자연적으로 목축이 이루어지는 사반나 지대와는 달리 사헬에서는 극히 제한적인 목축활동만이 가능하다.


인간의 무분별한 시도가 낳은 사막화

전통적으로 사헬의 유목민들은 그 동안 자신이 속해있는 환경시스템 안에서 묘한 균형을 이루며 살아 왔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헬 지역의 목축민들은 비를 따라서 우기에는 북쪽으로 이동했다가, 건기에는 보다 남쪽의 초원지대를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가축을 키워왔다. 이러한 균형은 50년대와 60년대에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을 하면서 깨어지기 시작했다.

신생 독립 국가들은 정책적으로 전통적인 유목생활을 금지시키면서 사막을 농경지로 전환시킨다는 명목 아래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때까지 멀쩡하던 이곳의 연약한 환경 시스템에는 곧장 빨간 불이 켜졌다. 농경지가 많아지면서 여기저기서 물을 끌어다 쓰자 곧 우물이 말라버리고 만 것이다. 토양 또한 순식간에 황폐해졌다. 대지가 초원으로 덮여 있을 당시에는 낮에 뜨거운 태양빛을 받았던 땅이 밤에 식으면서 습기를 증발시켜 구름을 만들어내곤 했으나, 이제 그 프로세스가 없어지면서 본격적인 사막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몬순기가 되어도 사헬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는 날이 점점 적어졌고, 이는 장기적인 가뭄으로 이어졌다.

“내 아들은 지금 다섯 살인데 그 아이는 태어난 이후 비가 내리는 광경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답니다. 이 지겨운 가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어요.”

제벨 카누 마을의 한 주민은 이렇게 말하면서 치를 떨었다.

하르툼 북쪽 제벨 카리 지역은 황무지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버려져 있다. 한 떄 마을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던 나무들은 말라 죽은 지 오래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추운 겨울밤을 보내기 위해,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나무를 가져다가 불로 태워버린 후 새로운 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쟈알린족의 본거지인 셴디 마을에 사는 한 노인은 몇십 년 남짓한 기간 동안 주변의 환경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했다.

“내가 어릴 때 이 마을은 온통 푸른 숲에 둘러싸여 있었지요. 마을 한가운데로 개울이 흘렀었는데 다 말라 버렸어요.”

숲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가축의 배설물을 연료로 쓰기 시작하자 그나마 비료가 없어진 토양은 더욱 메말라 갔다. 사헬지역에서 사용되는 90% 이상의 에너지는 나무를 태워서 나온다. 1950년대 이후로 사헬 지역에서 나무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는 한 통계는 인간이 무분별하게 자연의 시스템을 바꾸려 들었던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하늘이 선사한 선물, 나일강

사헬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바유다 사막의 쟈일린족들은 하늘이 선사한 큰 은혜로 인해 그 같은 불행을 겪지 않고 있다. 그 은혜란 바로 사막 한가운데를 흐르는 나일강이다. 나일강은 신에게 버림 받은 듯 메마르고 황량한 북부 수단의 사헬에 생명을 내리는 파이프 라인이다. 이디오피아의 산악지대에서 발원한 청나일강과 ‘달의 산’으로 불리우는 우간다의 루웬조리 산에서 시작되는 백나일강은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서로 만난 후 이곳에서부터 대하가 되어 바유다 사막을 구불구불 가로지르며 북쪽으로 흘러 지중해로 향한다.

나일강이 흐르는 강변에는 사람들이 모여 살며, 어느 정도의 농경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막을 관통하는 나일강 덕분에 하류지역의 델타에서 발흥한 고대 이집트 문명이 강줄기를 타고 상류로 올라와 누비아 문명과 교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일강은 누비아 지역에서 크게 S자를 그리며 흐르는데, 사람들은 이 같은 나일강의 흐름을 빗대어 ‘강물도 사막에서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맨다’ 고 농담을 한다. 사막 속에 큰 강이 흐르는 신기한 지역 누비아. 이곳의 쟈일린족 주민들에게 나일강은 신이고 어머니이며 생명의 젖줄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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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땅 에토샤에 내린 기적, 동물의 왕국.

혹자는 사막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독히 메마른 땅, 나미비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풀 한 포기없이 흙과 돌, 모래로만 이루어진 나마비아의 대지는 마치 달세계를 연상케 하는데, 그곳에 바로 건조한 백색의 지대 에토샤 팬이 있다. 소금기가 말라붙은 죽음의 땅, 에토샤 팬에 몇년에 한 번씩 비가 내리면 기적이 일어난다. 이 자연의 기적은 야생동물들의 생명수가 되어 나미비아를 이들의 천국으로 거듭나게 한다.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는 ‘조물주가 화가나서 만든 나라’ 라고 불릴 만큼 척박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신이 지구에 물감을 칠하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 푸른색을 너무 쓴 나머지 나미비아를 칠하게 될 즈음에는 푸른 물감이 다 떨어져 하는 수 없이 황토색으로 칠했다’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올 정도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땅인 나미브 사마과 칼라하리 사막을 품에 안고 있는 나미비아는 거대한 국토에 비해 전체 국민이 1백6십만 명에 지나지 않아 아프리카에서 가장 낮은 인구밀도를 나타낸다. 때문에 언뜻 보면 텅 빈 것처럼 여겨지는 이곳의 진짜 주인은 야생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미비아의 어느 지역을 가든지 인간의 손길로 부터 벗어나 유유자적 거닐고 있는 야생동물과 쉽게 마주치게 된다. 나미비아가 이같이 동물의 낙원이 된 것은 물론 인구가 적은 탓이기도 하지만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는 정부와 국민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상 최대의 야생동물 보호구역

마치 거대한 야외 동물원과도 같은 나미비아의 야생동물 보호운동 중심지는 수도 빈트후크로부터 북쪽으로 4백 킬로 떨어진 에토샤라는 이름의 국립공원이다. 2만 평방 킬로의 면적에 1백20여종의 동물과 3백40종의 조류가 관찰되는 에토샤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생동물 보호 구역이다.

에토샤라는 말은 현지어로 ‘건조한 백색의 지대’ 라는 뜻인데, 이런이름이 붙게된 것은 국립공원 동쪽에 있는 에토샤 팬이라는 거대한 염호 때문이다.

5천 평방킬로에 달하는 에토샤 팬은 오랜 옛날에는 바이칼호나 아랄해처럼 거대한 호수였다. 하지만 기상 변화로 인해 호수의 물을 보내던 물줄기들이 하나 둘 줄어들어 차츰 수면이 낮아지고 수분의 증발량이 가속화되면서, 결국 소금기가 가득 말라붙은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되었다.

몇 년에 한 번씩 에토샤 일대에 많은 비가 내리면 일시적이긴 하지만 이 건호에도 물이 흘러들어 아득한 평야가 호수로 뒤바뀌는 자연의 기적이 일어난다. 평소에는 말라 있다가 큰 비가 오면 물길이 되는 오샤나스 개울과 땅 밑을 흐르는 지하수로인 오무람바를 통해, 에토샤 팬에 물이 흘러들어 수심이 얕은 호수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호수는 경우에 따라서 물이 고여 있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기도 하는데, 이때가 되면 수만 마리의 플라밍고와 펠리컨이 날아드는 장관이 연출된다.


목마른 야생동물의 생명의 젖줄, 워터홀

에토새 팬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자연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하는 불가사의한 땅이다. 눈길 닿는 지평선 끝까지 한없이 이어지는 건조한 소금의 대지에 태양이 떠오르면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신기루가 나타나 머나먼 혹성에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에토샤 팬 주변이 지구상에서 가장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점은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이렇게 동물들이 에토샤 팬으로 몰리는 이유는 에토샤 팬의 가장자리를 따라 오무람바오부터 솟아오르는 샘물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워터홀이라 불리는 이 물웅덩이들은 메마른 사막지대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갈증을 식혀주는 젖줄이다. 특히 건기인 겨울철이 되면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떼를 지어 물웅덩이로 몰려든다. 이 떄문에 너비가 3백여 킬로에 달하는 국립공원의 이곳저곳을 힘들여 찾아다닐 필요 없이 물웅덩이 앞에서 기다리고만 있으면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야생동물을 만나게 된다.

에토샤에서 동물 관찰에 가장 좋은 시기는 7~8월경이다. 남반구의 겨울철인 이 기간 동안은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청명한 날이 계속된다. 방문객들은 에토샤 팬 외곽에 만들어진 자동차 길을 따라 차를 운전하며 워터홀 주변으로 떼지어 몰려드는 야생동물을 감상할 수가 있다. 반면 비가 내리는 1월부터 4월까지의 여름철 우기에는 방문객이 끊기고 동물만의 세상이 된다. 황폐한 대지에 무성한 풀이 돋아난서 야생동물들은 물웅덩이를 벗어나 마음껏 사바나 지대의 넓은 초원을 이동하며 풀을 뜯게 된다. 이때야말로 에토샤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새끼를 낳고 키우는 계절이다.


에토샤 국립공원 건설

에토샤 팬의 신비가 처음 유럽에 소개된 것은 진화론을 쓴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갈톤이라는 탐험가가 1851년 이곳을 발견한 다음부터였다. 그 이후 독일이 남서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건설할 당시 총독이던 린데퀴스트가 급격히 감소하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에토샤 팬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자연보호구로 지정하였다. 스위스 국토의 두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사바나 지역이 자연보호구호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야생동물 보호운동이 시작되었다. 나미비아에 유럽인들의 이민이 몰려들면서 많은 목장이 생겨나고 목장주들이 가축에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마구잡이로 사냥함에 따라 보호구를 철망으로 두르고 생물학자를 투입하여 야생동물의 번식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나미비아 정부는 67년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선포하고 3개의 캠프를 세워 주변을 관리하고 있다. 각각 70킬로미터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이 캠프 외에 에토샤에는 어떤 인공적인 시설도 없다. 이 3개의 캠프는 관광보다는 환경보호에 더 역점을 두고 있어 엄격한 규칙과 철저한 관리로 유명하다. 가령 차를 몰고 에토샤를 구경하는 방문객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만 공원 내 자동차가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일으키는 먼지로부터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속도를 60킬로미터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에토샤 자연보호구는 70년대에 대서양 해변까지 이어져 있던 전체 구역이 1/3 규모로 대폭 축소되면서, 8백 킬로미터 길이의 울타리가 둘러쳐져 지금의 국립공원 형태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 울타리로 인해 에토샤의 생태계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면서 동물들이 물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에토샤의 오랜 전통이었는데, 80년대 들어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자 물웅덩이가 말라버렸고,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초식동물들의 이동길도 울타리로 인해 막히면서 마실 물을 찾을 수 없게 된 동물들이 죽어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룩된 동물의 왕국


당황한 나미비아 정부가 55군데 지역에 인공 우물을 만들었지만, 이는 오히려 에토샤의 생태계에 악역향을 끼치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우물을 파자 얼룩말이나 스프링복 등 떼지어 이 동하는 초식동물이 집중적으로 모여들어 우물 주변의 모든 풀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하루에 한번씩 물을 마셔야 하는 대형 초식동물들은 행동반경이 우물을 중심으로 한 하루거리 이내로 제한되는 한편 목초가 사라져 굶주림에 허덕이는 반면,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들은 사냥이 훨씬 쉬워지면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시차를 두고 인공우물을 가동시켜 동물들의 회유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목초지의 풀들을 과다하게 뜯어먹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목장에서 쉽게 퍼질 수 있는 전염병이나 코뿔소와 같은 희귀 동물을 몰래 사냥하는 밀렵 등으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문객들에게는 자연의 경이를 직접 체험하게 하고 흥미진진한 야생동물의 세계를 볼거리로 제공하는 에토샤 국립공원. 그러나 이 같은 동물의 왕국이 유지되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미비아는 ‘세계 최고의 야생동물 보호구’ 라는 찬사를 듣는 에토샤를 키워나가면서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지혜도 함께 배우고 있는 것이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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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커피 마시는 아기 하마 제시카 스토리 

     3년 전 가을 어느 날, 남아공 동북부 지방을 흐르는 올리판트 강 지류에 살고 있던 토니와 엘사 주베르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집 앞 강변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흘째 모잠비크 남부를 강타한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 물살이 정원 쪽으로 파고드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머리만 물 위로 내놓은 이상한 동물이 엘사의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근처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인줄로만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다름아닌 새끼 하마였다. 방금 세상에 나온 듯 배에는 탯줄이 그대로 달린 채였다. 주베르 부부 집에서 강 상류 쪽으로 1km쯤 떨어진 곳에 야생 하마들이 모여 사는 물웅덩이(Hippo Pool)가 있는데 그곳에서 갓 태어난 새끼 하마가 급류에 떠 내려온 것이 확실했다. 부부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다가 정성껏 보살펴주고 제시카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 주었다.

     처음 사흘 동안 어미만 찾으며 울부짖던 제시카는 나흘째 되던 날부터 엘사가 입에 넣어 주는 우유를 받아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시카는 주베르 부부와 한 식구가 되었고 마치 부부의 소중한 딸처럼 자라나게 되었다. 마침 토니는 은퇴 전까지 국립공원이나 환경국에 소속돼 야생동물 보호 관련 일을 하던 동물 전문가였다. 늘그막에 제시카에 정을 붙인 그는 새로 얻은 딸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부었다. 태어나자마자 사람에게 길들여진 때문인지 제시카는 자라면서 점점 애교가 더해 갔다. 토니가 저녁 뉴스를 볼 때면 언제나 소파 옆에 엎드려 TV를 보는가 하면, 급기야 부부의 침실에 들어와 함께 자겠다고 침대 위로 기어오르기까지 했다. 제시카의 몸무게로 인해 비싼 침대가 주저앉았지만 제시카에 대한 토니의 애정은 식을 줄 몰랐다. 뭍에 나온 하마는 피부 보호를 위해 피처럼 붉은 땀을 흘리는데, 토니는 끈적끈적한 지방질의 이 분비액을 천연덕스럽게 손바닥으로 문질러 얼굴에 바르며 '제시카가 만들어주는 피부 보호 로션이 어느 고급 화장품보다 낫다'고 너스레를 떨곤 했다.

     제시카가 우유를 먹던 시절, 한번은 토니가 냉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있는데, 제시카가 먹고 싶은 눈치를 보여 입에 넣어 준 적이 있었다. "커피를 얼마나 맛있게 마시던지 나도 놀랐습니다. 한번 맛을 보더니 더 달라고 계속 쫓아다니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어느덧 하루 10리터씩 커피를 들이키는 정도로까지 발전했다. '커피 먹는 하마'의 소문은 삽시간에 주변에 퍼져 제시카는 금세 유명 인사(?)가 되었다. 2년전 한살바기 제시카를 처음 만났을 때, 이 귀여운 새끼 하마는 한창 인기 절정이었다. 남아공은 물론, 한국 의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나오는가 하면 영화 출연 섭외가 들어오고, 심지어 잡지 표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낮 동안은 주로 강에서 관광객들과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 속에서 하마의 등에 타고 수영을 즐긴다는 신기한 소문은 더욱더 많은 관광객들을 제시카가 사는 집으로 불러 모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제시카를 찾았더니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한동안 1백kg대를 유지하던 몸무게가 갑자기 불어나 5백kg를 훌쩍 넘었고 어느새 어른 하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발견되던 날 몸무게가 16kg에 불과했다니 그동안 30배 이상 자라났고 앞으로도 계속 살이 쪄서 곧 2000kg에 달할 것이라 했다. 이렇게 몸이 커지자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하마는 아프리카 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위험스런 동물로 꼽힌다. 초식동물인데다 둔해보이는 외모 때문에 성질이 온순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큰 오해다. 사자 같은 맹수도 인간을 보면 슬금슬금 피하는 법이지만 유독 하마는 자기 서식지에 접근하는 사람을 거칠게 공격한다. 움직임이 예상외로 민첩한데다 커다란 송곳니로 무장한 입도 가공할 괴력을 발휘한다.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쥬베르 부부는 '처음 발견했을 때 무리를 해서라도 어미를 찾아줘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며 이제야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3살을 넘긴 제시카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사춘기에 이르면 새로운 성격이 나타나면서 불안한 행동을 보이곤 한다. "얼마 전 수컷 하마 몇마리가 집근처를 지나가는데 제시카가 상당한 호기심을 보이는 거예요. 전에는 야생하마가 접근하면 겁을 내면서 집 안으로 도망치곤 했거든요..." 주베르 부부는 제시카를 야생으로 돌려보냈을 때 과연 다른 하마와 잘 섞여 지낼 수 있을까, 혹시 무리를 이탈해 다른 농장으로 들어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농작물을 해치는 하마들의 피해로 '농장에 침입한 하마는 사살해도 된다'고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주베르 부부는 제시카를 동물원에 보내지는 않겠다고 했다. 한편으로 야생으로 돌려보낼 기회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몸무게가 1톤을 넘으면 제시카를 픽업트럭에 태워 정글 건너편 물웅덩이까지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난처한 입장에 놓인 제시카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야생동물을 사육할 때 생기는 많은 문제점들을 시사하고 있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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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모잠비크 국경을 따라 350킬로 길이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크루거 국립공원.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의 이 국립공원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편하게, 가장 많은 종류의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며 남아공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관광 명소다. 그러나 그같은 광고문만 믿고 이곳을 찾았다간 큰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크루거 국립공원에 야생동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이틀 동안 넓디넓은 공원 안에서 다양한 야생 동물을 만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설사 운 좋게 동물을 만난다 해도 차에서 내릴 수 없어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통행 시간이 일몰시까지로 엄격하게 통제된다는 점. 하루 종일 단조로운 경치만 보다가 우연히 동물들과 마주치면 반가운 마음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한눈을 팔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정신없이 철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질녁이면 공원을 벗어나기 위해 제한속도 40킬로미터를 무시하고 마치 경주라도 하듯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는 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같은 불편함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은 아예 크루거 공원은 슬쩍 둘러본 뒤 외부의 사설 동물보호구역에서 느긋하게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크루거 국립공원의 경계선 밖에는 수많은 사설 동물보호구역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이 추쿠두 동물농장이다. 5000헥타의 작지 않은 대지에 자리잡은 추쿠두 동물농장은 원래 목장으로 쓰이다 버려진 땅이었다. 1979년 이 땅을 구입한 서슨즈 가족은 누구나 쉽게 야생 동물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동물농장을 만들기 위해 주변에 수소문을 해 하나둘씩 동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남아프리카 토착어인 소토어로 코뿔소라는 뜻의 추쿠두라는 농장이름은 이 농장에 최초로 들어온 아기 코뿔소를 기념해 붙인 것이다.

     동물 가족이 점점 늘면서 서슨즈 가족은 갈 곳 잃은 동물을 데려다 길러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일까지 담당하게 됐다. 그러다 여러가지 이유로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농장에 남아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 스타급 동물들도 생겨났다. 1986년 어미를 잃고 고아가 된 두 살바기 아프리카 코끼리, 베키와 템보는 몸집이 집채만큼 커진 지금도 어릴 적처럼 재롱부리기와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특히 베키는 사파리 자동차가 지나면 달려와 긴 코로 차 안에 놓아 둔 오렌지 같은 과일을 꺼내먹곤 한다.

     최근 들어 추쿠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사반나라는 이름의 치타. 작년 처음 만난 사반나는 관광객들과 함께 놀며 애교를 부리던 장난꾸러기였지만 1년이 지난 후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사교성은 그대로이지만 식사는 꼭 나가서 하고 오는 것이다. 아침마다 입에 피를 묻히고 오는 사반나를 살짝 따라가 보니 숲에서 멋진 솜씨로 멧돼지를 단숨에 사냥해 한끼를 해결하는 어엿한 야생 치타로 자라 있었다.

     사반나를 비롯한 야생 동물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추쿠두 농장의 예약 장부에는 빈 칸이 거의 없다. 추쿠두 농장의 이같은 상업적 성공에 대해 주변에서는 비난의 소리도 높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지는 것이 진정한 보호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서슨즈 가족의 태도는 단호하다. 서슨즈 부인은 "사람들에게 보다 친근감을 느낄 뿐, 이곳의 동물들은 자연의 먹이사슬에 따라 움직이고 스스로 번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국립공원의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야생동물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추쿠두에서는 모닝 부시워크 (Morning Bush Walk)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동 트기 전 어깨에 총을 멘 관리인들의 안내로 숲을 걸어다니며 잠에서 막 깨어난 야생 동물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 때는 길들여진 사자나 치타가 관광객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부시워크에서 돌아온 한 영국 여성은 채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동물원에 무료하게 갇혀 있는 동물만 보다 이곳에 와 보니 같은 동물이라도 너무나 큰 차이가 있더군요. 부드러운 줄로만 알았던 코끼리의 피부가 거칠기 짝이 없었고 연약해 보이던 치타의 근육이 돌덩이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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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Masai Mara National Park, K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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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칼라하리 사막 미어캣 보호구역 (Meerkat Manor, Kalahari Desert, Nami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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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방범대원 미어캣

   이 세상의 많고 많은 동물 가운데 가장 귀여운 동물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미어캣을 선택하겠다.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주변 지대에만 서식하는 미어캣은 여러 가지 독특한 특성을 지닌, 매우 재미있는 동물이다. 우리가 미어캣이 귀엽다고 느끼는 것은 가끔씩 몸을 세워 사방을 살펴보는 특이한 몸놀림 때문인데, 사실 이 움직임은 끊임없는 경계 행동이다. 칼라하리 사막에는 하늘을 맴돌다가 쏜살같이 미어캣을 덮쳐 낚아채가는 무시무시한 독수리를 비롯해 자칼, 뱀 등 천적들이 많다. 힘이 없는 미어캣으로선 천적의 공격을 받을 경우 자기가 파 놓은 구멍 속으로 재빨리 숨어들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몸을 곧추 세우고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경계를 철저히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동차로 칼라하리 사막 일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미어캣 떼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땅에서 무엇인가 찾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습성을 자세히 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야생 미어캣들은 매우 조심스러워서 사람이 접근하면 순식간에 덤불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미어캣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필드 리서치를 하고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소속의 연구팀이었다. 이들은 칼라하리 사막의 특정 지역을 정해 수년 동안 미어캣의 행동을 관찰해 오고 있었다. 이들의 연구 지역 안에 서식하는 300여 마리의 미어캣은 야생이긴 하지만 사람이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는다. 오랜 동안 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익숙해져서인지 인간이 자기들을 해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듯 했고, 그 덕분에 생소하기만 했던 미어캣이란 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미어캣의 가장 큰 특징은 위계 질서가 뚜렷하며 상부상조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미어캣은 외부의 적을 감시하기 위해 수십 마리씩 무리지어 살면서 언제나 보초를 세운다. 전체 구성원들이 땅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벌레를 찾는 동안 당번을 맡은 한 마리만은 부근에서 가장 높은 곳, 이를테면 나무 그루터기나 모래 둔덕에 올라 망을 본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벌레를 잡아먹는 미어캣은 식욕이 대단해 항상 굶주린 듯 보인다. 그러니 다른 동료가 맛있는 벌레를 잡아 아작아작 씹는 동안 보초를 서는 당번은 얼마나 배가 고프랴. 하지만 절대 자기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다른 장소로 이동해 새 보초가 교대를 해 줄 때까지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다. 또 미어캣은 구성원들이 서로 도우며 새끼를 키운다. 심지어 한 암컷이 새끼를 낳게 되면 그룹 내의 다른 암컷들도 동시에 유선이 분비되어 남의 새끼에게 젖을 먹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 정도의 유대감은 다른 동물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일이다.

   미어캣의 또 다른 특징은 철저히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활동한다는 점이다. 하루 종일 먼 거리를 이동하며 바삐 움직이던 미어캣들은 저녁 해가 지평선으로 잦아들기 시작하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모두 일어나 꼼짝 않고 서쪽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다. 무엇인가 아쉽기라도 한 것처럼 하염없이 지는 해를 쳐다보다가 이윽고 태양 비치 사라지고 노을이 번지면 마지못해 굴 속으로 들어간다. 반대로 아침에는 일출 직전 굴에서 기어 나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느긋하게 감상한다. 그러나 미어캣이 왜 일출과 일몰 때에 경이로운 눈빛으로 태양을 바라보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뿐만 아니라 미어캣은 뛰어난 시각과 후각으로도 유명하다. 미어캣은 풍뎅이 애벌레와 전갈을 가장 좋아한다. 하루 종일 수지 않고 앞발로 땅을 파헤쳐 이들 먹이를 찾는데, 이 때 냄새 만으로 땅속 50센티미터 깊이에 숨어 있는 먹이를 정확히 찾아내는 실력을 발휘한다. 시각 또한 상상을 초월해 먼 하늘에 작은 점처럼 떠있는 조류가 위험한 종류인지 아닌지를 식별해 낼 수 있다. 망을 보던 보초 미어캣이 하늘에 떠 있는 새가 독수리라고 판단하면 날카로운 경고음을 내고 이 소리에 맞춰 수십 마리의 미어캣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근처에 파 놓은 굴 속으로 몸을 숨긴다.

   이처럼 개성 있는 습성으로 인해 '동물의 왕국'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미어캣. 한없이 귀엽게만 보이는 이 미어캣에게도 그러나 잔인한 일면이 있다. 미어캣은 몸집은 작지만 엄연한 육식 동물이다. 사냥꾼으로서의 피가 몸 안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공동으로 도와 가면 새끼들을 기르지만 때로는 새끼들이 그룹 내의 다른 미어캣에게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다. 먹이가 모자라서인지 아니면 위계 질서를 지키지 않는 구성원에 대한 징계 때문인지는 아직 학문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인해 미어캣은 애완동물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보는 모습과 실제와는 언제나 많은 차이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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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표범
(The Leopard at the Serengeti National Park, Tanzania)



세렝게티에서는 일몰 후 숙소 밖으로 나다니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대이동을 벌이는 누 떼를 따라 먼 곳에 다녀오다 그만 길을 잃었다.
제대로 된 도로가 없는 세렝게티 초원에서는 어두워지면 동물들이 이동하는 통로가 마치 도로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참을 헤매는데 자동차 정면에서 헤드라이트 빛에 반사되어 무엇인가가 번쩍하고 빛이 났다.
큰 나무 위에 올라 교묘히 숨어 있는 표범이었다.
표범은 동물의 왕국 세렝게티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동물이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관목 사이로 휘영청 보름달이 떠올랐다.
재빨리 카메라에 스트로보를 장착하고 3커트를 눌렀다.
이날 밤, 나는 일몰 후 돌아다닌 죄로 국립공원 레인저에게 엄청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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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쿠루 호수 (Nakuru Lake, K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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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음지마 스프링 (Mzima Spring, K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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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하르나스 동물농장 (Harnas Animal Sanctuary, Gobabis, Nami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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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나미비아 북부 사바나 지대에 자리잡은 하르나스 동물농장. 25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어미를 잃고 고아가 된 동물, 버림받거나 다친 동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 온 이곳은 요즘 전세계 곳곳에 문을 여는 각종 야생동물 보호소나 동물 재활센터의 원조 격이 되는 곳이다. 2년 전, 나미비아 시골 한구석에 숨어있는 하르나스를 물어물어 찾아갔을 때, 농장은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목축업에 종사하다 하르나스 동물농장을 처음 만든 반 데어 메르베 가족의 가장 닉(Nick)이 바이러스성 열병으로 인하여 사망했던 것이다. 농장에서 동물을 돌보던 중 작은 벌레에 물린 그는 고열이 계속되는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수도 빈트후크의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고, 닉을 간호하던 부인 마리에타 역시 병에 전염되어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대들보 같던 농장주가 세상을 떠나자 하르나스의 운영에는 당장 적신호가 켜졌다. 가뜩이나 적자 운영을 하던 터라 3백여 마리에 달하는 동물 가족들을 돌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자를 포함한 맹수들은 먹는 양도 엄청나서 먹이 공급부터가 큰 일이었다. 농장에서 나오는 고기만으로는 전체 동물 식구들을 배불리 먹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위태로운 시기를 거치기도 했으나 여러 나라에서 무보수로 일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잇는 덕에 하르나스는 기적적으로 되살아나게 되었다. 갈 곳 없는 야생동물들을 감싸주고 돌봐주는 본연의 기능을 되찾게 된 것이다.

     이처럼 폐쇄 위기까지 몰렸던 동물농장이 기사회생하게 된 데는 반 데어 메르베 가족의 막내딸 말리스의 역할이 컸다. 욕실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원숭이를 목욕시키거나 늪지에서 표범과 장난치는 사진이 해외 잡지에 실려 눈길을 끌었던 이 금발 미녀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병치레를 하게 되어 농장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이르자 팔을 걷어부치고 농장 일에 뛰어들었다. 수도 빈트후크에서 개업한 의사와 결혼해 신혼 살림을 차렸던 말리스는 남편의 동의를 얻어 다시 하르나스로 돌아와 직접 동물들을 살피고 농장 일에 나서는 한편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후원금을 얻어냈다.

     처음 하르나스를 방문한 이래 여러 차례 이곳을 드나드는 동안에도 농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쉴 새 없이 일어났다. 개코원숭이들이 우리를 부수고 탈출극을 벌이는가 하면 화재가 나기도 했고 돌풍에 쓰러진 나무가 사무실을 덮치기도 했다. 동물들의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뒷다리 하나가 없는 아프리카 사냥개 스토펠, 자신을 사자 엄마로 착각하는 암캐 세라비, 독수리 아르폰, 후천성 면역 결핍증에 걸린 사자 등이 모두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하르나스 사람들이 그런 이별을 미처 슬퍼할 겨를도 없이 농장에는 새로운 가족들이 속속 들어왔다. 최근에는 어미 잃은 치타 새끼들이 새 가족이 되었다.

     하르나스 농장의 줄기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미비아에서는 야생동물에 대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농장주들이 농작물 생산이나 목축에 방해가 되는 야생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사살하는 것이다. 졸지에 어미를 잃으면 새끼들은 스스로 살아나기가 힘들다. 치타를 비롯하여 한때 나미비아 사바나에서 자주 눈에 띄던 야생동물들은 최근 그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농장주들이 무분별하게 동물을 학살하지 않도록 홍보하고 학교를 돌면서 ‘야생동물 올바로 알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하르나스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되었다.

     최근 말리스는 든든한 친구를 만났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하르나스 동물농장의 후원자가 되기로 약속한 것. 영화 <비욘드 보더스> 촬영차 나미비아에 왔던 졸리는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된 독수리를 데리고 촬영장을 찾은 말리스와 친하게 되었다. 졸리는 말리스의 초청으로 하르나스를 방문했고 거기서 제각기 여러 가지 사연을 간직한 동물들을 만나본 후 즉석에서 농장을 돕겠다고 나섰다. 그밖에도 하르나스 동물농장을 돕기 위한 행사가 활발히 이어져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후원회에서는 하르나스 라이프라인 프로젝트(Harnas Lifeline Project)라는 이름이 붙은 후원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했다. ‘노아의 방주’란 별명을 갖고 있는 하르나스는 이제 더이상 반 데어 메르베 가족만의 동물농장이 아니라 수많은 애호가와 동물 보호 단체들이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야생 동물들의 진정한 안식처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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