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리 라트 야트라 축제 #2 (Rath Yatra, The Chariot Festival of Puri, Orissa)
The Essay/The Diary 2008. 7. 6. 15:45 |푸리 라트 야트라 축제 #2 - 들것에 실려간 많은 사람들
사원 앞 건물 2층 테라스에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경찰들이 군중을 통제한답시고 마구 사람들을 밀치고 막대기를 휘두르는 꼬락서니가 영 보기가 싫다.
인도 경찰은 라티라고 부르는 긴 막대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걸 가지고 사람을 때려가며 질서를 잡는다. 물론 워낙 인파가 많으니 어떤 식으로든 통제는 해야겠지만 저건 좀 너무하다 싶다.
그보다 더욱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경찰 간부, 고위공무원, 장성 등 소위 VIP들이 납시는 풍경이다.
모자에 붉은 술을 단 병정(군인인지 경찰인지는 잘 모르겠다)들이 호루라기를 불어대면서 나무껍질을 둘둘 말아 만든 몽둥이를 휘두르면 (여기에 맞으면 야구방망이나 다듬이질 방망이로 맞은 것보다야 덜 아프겠지만 이것도 역시 몽둥이는 몽둥이다) 주변의 인파가 맞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순간적으로 공간이 생겨난다.
그렇게 생겨난 공간에 20여명의 병정이 밧줄을 사방으로 둘러친 채 VIP와 그 가족들을 안에 모시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민중을 때려가며 VIP 가족을 모시고 다니는 경찰과 군인들
VIP 혼자만 오면 그나마 이해가 갈텐데 인도의 많은 행사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예외 없이 식솔들을 한 패거리 거느리고 온다. 수백만명이 모여 부대끼고 있는 한가운데로 이들 VIP 가족들이 화려한 사리를 나풀나풀 날리면서 들어오는 풍경은 쇼킹하기까지 하다.
참 인도 사람들 착하다. 다른 나라 같으면 저 꼴 못볼텐데. 그 오랜기간 영국 식민지배를 받고 그러면서도 비폭력 운동을 얘기한 민족이 아닌가. 인도에서 혁명 얘기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VIP 가족들은 행사장 앞에까지 나와 간단히 푸자(기도의식)를 드리고는 다시 호루라기를 불면서, 군중을 패대기치면서 온 길로 되돌아간다. 저들은 기도 하면서 무엇을 빌었을까? 지금보다 얼마나 더 잘 살겠다고 저 짓을 하면서까지 여기 와서 기도를 하나.
인파에 떠밀려 비명을 질러대는 힘없는 민중들은 모두들 비쩍 말랐는데 저 인간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저렇게 배가 튀어나오고 디룩디룩할까. 내 손에 새총이나 물총이 들려있다면 그냥 한방씩 날리고 싶다.
에구, 내가 체 게바라도 아니고 홍길동이나 일지매도 아닌데 왜 이리 흥분할까. 음 아까 빼앗긴 1천루피가 아까워서 그런가보다. 잊어버리자.



















수많은 사람들이 기절해서 들것에 실려나가고...
테라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수라장이란 바로 이런걸 말하는구나 싶다.
열흘간의 축제가 시작되는 그 첫날, 내 눈 앞에서 1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것에 실려나갔다.
인파에 깔려서, 더위를 먹어서, 물을 못 먹어서, 꽃마차를 보고 너무나 감격해서... 사람들이 기절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인도에선 축제가 벌어지면 으레 인명사고가 나니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잘 마련해둔것 같다.
누군가가 쓰러지면 들것을 들쳐맨 5분대기조가 호루라기를 불며 사람들을 헤치고 와서 환자를 싣고 앰뷸런스로 달려갔다.
오늘 들것에 실려간 사람들 모두 기운을 차려야 할텐데...
Ⓒ Park Jongwoo / OnAsia
http://docu.tistory.com
(위의 글을 포스팅 한 다음날 지역 신문에 ‘라트 야트라 축제장에서 인파에 깔려 6명 사망, 60여명 중상‘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사고 난 사람들 대부분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고 종교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일텐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 가서는 좋은 곳에 자리잡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