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추쿠두 동물농장 (Tsukudu Animal Sanctuary, South Africa)
Gallery/Africa 2008. 5. 30. 12:23 |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모잠비크 국경을 따라 350킬로 길이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크루거 국립공원.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의 이 국립공원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편하게, 가장 많은 종류의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며 남아공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관광 명소다. 그러나 그같은 광고문만 믿고 이곳을 찾았다간 큰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크루거 국립공원에 야생동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이틀 동안 넓디넓은 공원 안에서 다양한 야생 동물을 만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설사 운 좋게 동물을 만난다 해도 차에서 내릴 수 없어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통행 시간이 일몰시까지로 엄격하게 통제된다는 점. 하루 종일 단조로운 경치만 보다가 우연히 동물들과 마주치면 반가운 마음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한눈을 팔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정신없이 철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질녁이면 공원을 벗어나기 위해 제한속도 40킬로미터를 무시하고 마치 경주라도 하듯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는 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같은 불편함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은 아예 크루거 공원은 슬쩍 둘러본 뒤 외부의 사설 동물보호구역에서 느긋하게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크루거 국립공원의 경계선 밖에는 수많은 사설 동물보호구역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이 추쿠두 동물농장이다. 5000헥타의 작지 않은 대지에 자리잡은 추쿠두 동물농장은 원래 목장으로 쓰이다 버려진 땅이었다. 1979년 이 땅을 구입한 서슨즈 가족은 누구나 쉽게 야생 동물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동물농장을 만들기 위해 주변에 수소문을 해 하나둘씩 동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남아프리카 토착어인 소토어로 코뿔소라는 뜻의 추쿠두라는 농장이름은 이 농장에 최초로 들어온 아기 코뿔소를 기념해 붙인 것이다.
동물 가족이 점점 늘면서 서슨즈 가족은 갈 곳 잃은 동물을 데려다 길러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일까지 담당하게 됐다. 그러다 여러가지 이유로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농장에 남아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 스타급 동물들도 생겨났다. 1986년 어미를 잃고 고아가 된 두 살바기 아프리카 코끼리, 베키와 템보는 몸집이 집채만큼 커진 지금도 어릴 적처럼 재롱부리기와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특히 베키는 사파리 자동차가 지나면 달려와 긴 코로 차 안에 놓아 둔 오렌지 같은 과일을 꺼내먹곤 한다.
최근 들어 추쿠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사반나라는 이름의 치타. 작년 처음 만난 사반나는 관광객들과 함께 놀며 애교를 부리던 장난꾸러기였지만 1년이 지난 후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사교성은 그대로이지만 식사는 꼭 나가서 하고 오는 것이다. 아침마다 입에 피를 묻히고 오는 사반나를 살짝 따라가 보니 숲에서 멋진 솜씨로 멧돼지를 단숨에 사냥해 한끼를 해결하는 어엿한 야생 치타로 자라 있었다.
사반나를 비롯한 야생 동물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추쿠두 농장의 예약 장부에는 빈 칸이 거의 없다. 추쿠두 농장의 이같은 상업적 성공에 대해 주변에서는 비난의 소리도 높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지는 것이 진정한 보호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서슨즈 가족의 태도는 단호하다. 서슨즈 부인은 "사람들에게 보다 친근감을 느낄 뿐, 이곳의 동물들은 자연의 먹이사슬에 따라 움직이고 스스로 번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국립공원의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야생동물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추쿠두에서는 모닝 부시워크 (Morning Bush Walk)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동 트기 전 어깨에 총을 멘 관리인들의 안내로 숲을 걸어다니며 잠에서 막 깨어난 야생 동물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 때는 길들여진 사자나 치타가 관광객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부시워크에서 돌아온 한 영국 여성은 채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동물원에 무료하게 갇혀 있는 동물만 보다 이곳에 와 보니 같은 동물이라도 너무나 큰 차이가 있더군요. 부드러운 줄로만 알았던 코끼리의 피부가 거칠기 짝이 없었고 연약해 보이던 치타의 근육이 돌덩이 같았어요"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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