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의 늑대 가족 (Wolf Family of Idaho, USA)





   늑대라는 동물에 관해 일반인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어떤 것들일까? 아마 사나움, 공격적 본능, 교활한 습성 따위가 나열될 것이다. 예로부터 늑대는 부정적 모습으로 일관되어 왔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말을 비롯하여 일이 잘못되면 낭패, 피를 많이 흘리면 낭자, 음흉한 마음은 낭심, 구제불능의 사람을 낭질로 표현하는 등 늑대 낭(狼)자는 언제나 나쁜 일에만 사용되었다. 서양에서도 늑대는 언제나 탐욕스럽고 흉악한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면 진실은 어떤 것일까? 놀랍게도 늑대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고 팀워크를 존중하며 상당히 충성스럽고 순종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미국 북서부 아이다호주의 한적한 산 속에 통나무집을 지어놓고 사는 빌과 낸시 부부는 이같은 늑대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픈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인 코코랄라 마을은 울창한 숲과 호수에 둘러싸인 심심산골이다. 주변에 군데군데 아메리카 인디언 보호구역(Reservation)이 있고 캐나다 국경으로 향하는 외줄기 국도가 마을을 지날 뿐, 맨해튼이나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현대 미국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촌스런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생명보험회사 중역을 끝으로 금융계에서 은퇴한 빌은 집에서 기르던 콜리종 개가 죽자 아예 도시를 떠나 이 외딴 시골로 이주해왔다. 처음에는 콜리를 기르려 했으나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서’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를 보호하고 키우는 일에 여생을 보내기로 했다. 아이다호 주에서는 덫에 걸린 늑대나 사냥꾼의 총에 어미를 잃은 새끼 늑대들이 종종 발견되지만 마땅한 보호시설이 없었다.

   “늑대와 함께 살면서 그들의 아름다운 자태와 영민함에 홀딱 반했습니다. 늑대의 눈을 들여다보세요. 개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야성미가 가득합니다. 늑대는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협동심을 터득해 나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늑대를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데 반해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인디언들은 일찍부터 늑대에게서 여러가지 깨달음을 얻었지요...” 빌의 부인 낸시는 지금도 늑대의 행동양태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고 했다. 처음 2마리에 불과했던 빌과 낸시의 늑대는 15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21마리의 대가족으로 불어났다.

   주말이면 부부는 순백색의 북극 늑대인 와카를 픽업트럭에 태우고 나들이에 나선다. 인근 공원이나 휴양지를 돌며 ‘늑대 바로 알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 지방자치단체나 공원사무소와 연계하여 실시하는 이 행사를 통해 사람들은 늑대가 보는 즉시 사살해야하는 위험하고 포악한 동물이 아니라 점점 설 땅을 잃고 쫓기면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불쌍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된다.


 



오랫동안 부부와 정이 든 와카는 암컷이라 그런지 양순하기 그지없다. 특히 어린이들이 와카를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와카의 새햐얀 털을 쓰다듬고 노랗게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늑대와의 친근감을 다져나가게 된다. 와카는 집으로 돌아오면 어린 늑대를 훈련시키는 교육 대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자기 새끼가 아니라도 어린 늑대들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고 사회성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태어난지 3주로 접어들어 푸른빛 눈동자가 서서히 노란색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새끼 늑대 삼형제는 와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와카가 먹다남은 고기뼈를 땅에 묻어두는 모습을 학습하곤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해가 지자 집 앞에 줄지어 늘어선 전나무 위로 휘영청 달이 떠올랐다. 낸시는 늑대에게 밤인사를 한다며 잠옷 차림으로 2층 테라스에 나가 “우우..”하고 늑대 울음을 흉내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늑대 가족들이 동시에 “우우”하고 답을 보내온다. 한밤중에 울려퍼지는 늑대의 구슬픈 소리는 자신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간 인간에 대한 원망의 울음소리로 들렸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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