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에 이끌려 북한산에 올랐다.
며칠전 휴일이 오면 산에 가자고 하길래 그러마고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그 일요일이 벌써 다가왔다.
대문을 나서 10분만 걸으면 탕춘대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그런데 그게 귀찮아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세검정으로 이사오면서 집 뒤에 북한산이 있어서 매주 산에 오를 수 있겠거니 했는데 1년에 서너번이나 갈까.
전에 회사 입사할 때 프랑스 문화원이 가까이 있어 프랑스 문화 전문가가 될 줄 알고 흐뭇해 했더니 11년 회사 다니는 동안 프랑스 문화원 간게 두세번밖에 안된다. 그것도 일 때문에... 세상 일이란게 뜻대로 안되나보다
탕춘대 길에 오르니 좋긴 좋다. 가을철 신선한 공기가 폐부로 스며든다.
청설모들이 도토리를 물고 겨울준비에 바쁘다.
재작년까지 우리 집 마당에도 청설모가 자주 찾아왔었는데 늙은 대추나무를 베고 난 후 볼 수가 없었다.
가을 가뭄 때문에 올해 단풍이 안좋다더니 과연 산에 붉은 기운이 덜하다.
그러나 붉게 타오르는 단풍만 단풍이련가.
노랗게 물들어가는 활엽수 잎들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낙엽 지는 팥배나무 잎이 그렇게 고운 줄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붉은 팥 모양의 열매가 온 산에 지천으로 열려 있다.
그동안 단풍나무 잎에 가려 시선을 못끌던 팥배나무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화려한 것들에 가려진 고운 것들을 못보고 그냥 지나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을이 깊어가는 산에서 한가지를 배우고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