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바스칸 인디언의 유콘강 연어잡이 #2 (Athabaskan's Salmon Fishing at Yukon River, Alaska)
Gallery/North America 2008. 11. 29. 15:22 |
아타바스칸 인디언의 유콘강 연어잡이 (2)
Athabaskan's Salmon Fishing at Yukon River, Alaska
환경친화적인 연어잡이를 하는 아타바스칸 인디언들
일단 유콘강에 들어서면 이곳부터는 상업적인 어로행위가 법으로 금지된다. 현지 원주민인 아타바스칸 인디언들만이 이때부터 지극히 환경친화적인 연어잡이에 나선다. ‘상업어로(Commercial Fishing)'라는 말에 상대하여 이같은 연어잡이를 ’생계어로(Subsistence Fishing)'라고 한다.
알래스카 내륙에 거주하는 아타바스칸 인디언은 사실 우리들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종족이다. 3만여 년 전 해수면이 지금보다 낮았을 당시 베링해협은 얼음에 덮인 채 바다 위로 노출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육교를 통하여 시베리아의 몽골리안이 알래스카로 넘어와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의 수많은 원주민 부족의 선조가 되었다. 이때 가장 먼저 넘어온 부족의 후예가 아타바스칸이라는 것이다. 결국 아타바스칸 인디언과 한민족은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셈이다.
아타바스칸은 원래부터 수렵민족이었다. 매머드와 같은 대형 동물이 사라진 오늘날에도 이들은 카리부, 무스, 그리고 연어를 사냥하며 살아간다. 연어를 주로 잡는 곳은 중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멀지 않은 네나나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하는 유콘강 중류이다. 인구 5백여 명의 네나나는 유콘강의 합수머리에 있는 작은 아타바스칸 인디언 마을로, 이 마을 앞에서 네나나 강과 타나나 강이 합쳐진다. ‘나’는 아타바스칸어로 강을 말하며 네나나는 ‘두 강이 만나는 곳’이란 뜻이다.
네나나 마을은 매년 재미있는 내기를 벌이는 행사로 유명하다. 겨우내 얼어있던 유콘강은 5월에 해빙이 되는데 이 해빙 시기를 내기로 알아맞히는 것이다. 강물이 꽁꽁 얼어붙은 2월 중순, 주민들은 마을의 상징인 철제 마스트를 강 한가운데 얼음 위에 옮겨 놓는다. 그리고 마스트 끝을 줄에 묶어 강변의 시계탑에 연결시킨다. 강물이 풀려 얼음이 움직이면 줄이 당겨져 시계가 서게 된다.
1917년 알래스카 종단철도를 건설하던 인부들이 시작했다는 이 내기는 90년이 넘게 계속되면서 점점 규모가 커져 지금은 상금만도 1억 원을 웃돈다. 내기 참가자는 얼음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는 날을 시간과 분까지 써서 참가비 2달러와 함께 접수시킨다. 이 돈을 모아 절반을 상금으로 주고 나머지 절반은 마을의 사업비로 사용한다.
오늘날 아타바스칸 마을에는 어디나 수퍼마켓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주된 식량은 연어고기이다. 아타바스칸은 연어를 잡을 때 낚시나 그물이 아닌, 대대로 내려오는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그것이 물레방아처럼 생긴 피싱 휠(Fishing Wheel)이라는 장치이다. 네나나 마을을 중심으로 50여개의 연어잡이 피싱 휠이 있는데 지금은 그 수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 마음대로 새로 만들지 못하고 면허만 거래가 된다.
유콘강에서만 볼 수 있는 피싱휠, 피시캠프
초여름이 되면 아타바스칸 인디언들은 유콘강을 따라 피시캠프를 만든다. 강변의 숲 속에 지어둔 오두막으로 온가족이 배를 타고 이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피시캠프 근처에 피싱휠을 설치한다. 피싱휠은 연어가 많이 지나가는 길목에 뗏목을 띄워놓고 강물을 퍼내면서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물레방아와 같은 수차를 강에 넣어 물이 흘러내려가는 힘으로 회전을 시키면서 바구니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건져내는 것이다. 수차가 회전하면서 강물이 퍼올려지면 얼기설기 짠 나무와 그물 틈새로 물은 모두 빠져나가고 걸려든 연어만 남게 되는데 이 고기는 수차가 회전하는 힘으로 자동적으로 옆으로 빠져나가 보관함에 떨어지게 된다.
멀쩡히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다가 갑자기 하늘로 들어올려지니 그 연어가 얼마나 놀랄까. 처음 잡히면 퍼덕퍼덕 길길이 날뛴다. 그러나 알을 낳기 위해 먼 길을 여행하느라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인데다 물기 없는 보관함에서 먼저 잡힌 연어들 틈에 끼어 몸부림치다 보면 제풀에 지쳐 금세 잠잠해진다.
유콘강 중류의 강폭은 2백여 미터에 달한다. 이처럼 넓은 강물에서 물을 퍼올리는 겨우 2미터 너비의 나무 바구니에 걸려드는 연어는 정말 재수가 없다고 할 것이다. 수차가 강의 유속에 따라 천천히 도는데다 나무바구니가 물에 들어가는 깊이도 1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여기에 고기가 걸려들 확률은 수만 분의 1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절 피싱휠을 돌린 후 돌아와보면 200여 마리의 연어가 잡혀있곤 했다.
피싱휠에서 잡아올린 연어는 곧장 근처의 피시캠프로 옮겨진다. 피시캠프에서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익숙한 솜씨로 연어를 처리하기 시작한다. 암컷은 따로 모아 뱃속에 그득한 알을 먼저 꺼낸다. 주황색의 알은 캐비어로 만드는데, 그 맛은 카스피해산 철갑상어의 알로 만든 캐비어와 함께 세계 최고로 쳐준다.
잡힌 연어는 껍질을 벗기고 머리를 잘라낸 후 칼로 저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움막에 가지런히 걸어두어 열흘간 골고루 연기를 씌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반건조 오징어를 즐기는 것처럼 아타바스칸 인디언도 반쯤 훈제된 연어의 맛을 최고로 친다. 사람들은 매운 연기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도 연신 움막을 들락거리며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 반쯤 훈제된 연어고기를 빼 먹는다. 사나흘 훈제된 연어고기는 손으로 만지면 기름이 줄줄 흐를 정도로 지방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생선 맛과 육포 맛이 함께 섞인듯한 그 고소한 맛은 정말 일품이다.
아타바스칸의 불문율 - 연어는 필요한 만큼만 잡는다
인디언들이 카누를 타고 피싱휠을 돌아다니며 작업하는 광경을 멀리서 보면 천천히 돌아가는 수차가 잡아올리는 연어를 그저 주워담기만 하면 되니 무척 쉬운 일인 듯이 보이지만 실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피싱휠을 띄워놓는 곳은 물살이 매우 세기 때문이다. 밧줄을 이용하여 카누를 피싱휠 기둥에 묶어 두면 나무끼리 부딪쳐 배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물살이 배 안으로 넘쳐들기도 한다. 상류에 비라도 쏟아지면 나무등걸이 떠내려오다가 피싱휠에 걸리면서 틀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급류 한가운데서 부서진 피싱휠을 손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낚시나 그물을 쓰면 피싱휠보다 훨씬 더 많은 연어를 잡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밤, 피싱휠이 돌아가고 있는 강가에 산책을 나갔다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 위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연어의 등지느러미였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흥분해서 피시캠프로 달려가 ‘지금 연어 떼가 몰려온다. 잡으러 가자’고 했으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봐요. 뜰채로 퍼담으면 되요. 그 힘든 피싱휠을 돌리지 않아도 수백 마리는 그냥 잡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피시캠프의 대장인 앤드류는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는 그물로 연어를 잡지는 않아. 너무 많이 잡혀도 곤란하니까. 그리고 연어는 아무 때나 잡는 것이 아냐. 피싱휠을 돌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그 시간을 어기면서 연어를 잡을 수는 없어.”
그러고 보니 피싱휠은 계속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돌리는 시간이 자체적으로 엄격히 정해져 있었다. 보통 1주일에 세 번, 하루에 12시간씩 돌린다. 운행시간이 끝나면 돌아가는 수차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나무막대를 끼워넣어 회전을 정지시킨다. 아타바스칸 인디언이 연어를 잡는 기본적 생각은 ‘필요한 만큼만 잡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눈에 띄는대로 다 잡아버리면 점점 숫자가 줄어들어 언젠가는 연어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많은 백인들이 인디언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리는 은행에 예금을 하지도 않고 보험이나 연금을 들 줄도 모르며 퇴직 후의 계획도 없다는 거죠. 그러나 정말로 미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굽니까? 우리 인디언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자연을 손상시키지 않고 물려줍니다. 수백년 전 우리 선조가 그렇게 물려주었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날 연어를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지요. 백인들처럼 그물로 싹쓸이를 하면 수 년 내에 유콘강에선 모든 연어의 씨가 말라버리고 말 겁니다.”
Ⓒ Park, Jongwoo / O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