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 #17 - 한장성 (Ruins of Han Dynasty near Dunhuang, Gansu, China)
Gallery/Asia 2008. 12. 4. 08:44 |둔황 #17 - 한장성 (Ruins of Han Dynasty near Dunhuang, Gansu, China)
둔황 교외 옥문관 근처에 한나라 시대에 만든 고대 성벽의 일부가 보존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를 한장성이라 부른다.
성이라기보다는 나지막한 담장 같은 인상을 주는 유적이지만 당당한 모습의 성루도 남아 있다.
진나라 시대부터 중국인은 변방에 장성을 쌓는 일에 주력했고 그와 같은 '성쌓기' 기술이 진보하여 만리장성이라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역사를 가능케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진나라에 뒤이은 한나라 시대에 축성한 옥문관의 한장성은 중국대륙을 가로지르는 만리장성의 가장 서쪽 끝에 해당한다.
한나라가 번성하던 시기가 언제인가?
기원전 200여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2200년전이다.
서양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너무나 먼 과거의 고대국가이다.
그 한나라 시대에 진흙과 짚을 섞어 쌓아올린 성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지푸라기'란 하잘것 없는 사물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그만큼 쉽게 바스러지고 사라져버리는게 지푸라기다.
바로 그 짚을 사용하여 장성을 쌓았다.
농경사회에서 추수를 하고 남은 짚은 오래전부터 여러 용도로 쓰여왔다. 진흙과 섞으면 집을 짓는 훌륭한 건축재료가 되었다. 짚단을 켜켜이 쌓아서 진흙과 섞으면 훌륭한 성벽이 된다.
그런데 2천년이나 지난 짚이 어떻게 아직까지도 남아있을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건조한 사막기후에 있다.
메마른 둔황의 기후 속에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짚은 돌처럼 딱딱한 화석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손으로 그 짚을 만지면 2천여년을 견뎌온 역사가 허무하게도 순식간에 밀가루처럼 부서지면서 바람에 흩날려버린다.
흙 속에 박힌 지푸라기 끝엔 아직도 날카로운 낫으로 베어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2천여년 전 어느 가을, 둔황의 농부가 생각없이 낫으로 거둬들인 그 짚이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남아있으리라고 어느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한가지 의문.
짚이 생산된다는 것은 그 당시 이 지역은 지금과 같은 사막이 아니고 농작물 재배가 가능할만큼 비가 내리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짚은 왜 썩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