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2청사가 소리 소문없이 오픈을 했다. 2주전에 문을 열었다는데 신문에서도 그에 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없다. 1청사에서 2청사까지는 셔틀 트레인이 다닌다. 외국의 대형 공항에 터미널을 연결하는 모노레일이 많아 우리나라에는 저런게 언제 생기나 했더니 드디어 생겼구나. 그런데 열차를 타러 가는 동선이 좀 어정쩡하게 설계가 되어 있다. 처음에 공항 만들 때 이런거 감안하지 않고 만들었나?
셔틀트레인이 신기해서 사진을 몇장 찍었더니 보안요원이 냅다 달려와 촬영금지구역이라고 제지한다.
" 촬영금지구역? 왜?"
"국가중요시설입니다"
"국가중요시설은 사진 찍으면 안되나?"
사람들이 신기한듯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데 보안요원은 촬영 제지하느라고 제 일을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들이대던 어떤 중년 남자는 보안요원이 사진촬영은 안된다고 제지하자 "눈이 안보여서 자판 자세히 보려고 전화기를 들고 있는데 왜 못하게 하냐?"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여기가 올림픽 앞둔 베이징도 아니고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또 어떤 바보가 이런 명령을 내렸나.
촬영을 하면 절대 안되는 시설은 철저하게 막아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까지 엉뚱한 규정을 만들어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져야 할텐데.
그나저나 보안요원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 뭐하나. 이미 사진은 디지탈 파일로 변환이 되어 고스란이 담겨져 있는데.
코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에서는 올림픽 경기장 사진을 찍는다 못찍는다 말이 많은 모양이다. 어디에나 바보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그 바보들이 어디로 갔는지 죄다 사라져 버린다는거다.
군사정권 시절, 김포비행장에 착륙하는 여객기는 공항 시설 촬영을 막기 위해 창문을 모두 내려야했다. 그게 얄미워 바득바득 창틈으로 필요도 없는 김포공항 사진을 찍곤 했는데 스튜어디스가 난감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요즘은 여객기 착륙할 때 창문이 닫혀 있으면 열라고 성화다. 비행기 착륙하는데 왜 모든 승객이 일률적으로 창을 닫거나 열어야 하는지는 정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정말 심했던 곳은 광주공항. 공군비행장으로 함께 사용하는 광주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사진촬영 하면 큰일 난다는 아나운스가 서너번씩 나오곤 했다.
그때 그런 쓸데없는 명령 내렸던 인간들, 그 인간들 지금 다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궁금한 옛날 사람들 때문에 생각나는 옛날 일.
전에 직장 다닐 때 회사에 세스나 경비행기가 있어 중요한 사건이나 행사가 있으면 수색 비행장에 가서 세스나기를 타고 사진을 찍곤 했다. 그 항공사진을 사용하려면 보안사령부에 가서 검열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담당하던 사람이 준위 계급의 군인이었다.
그는 사진을 보면서 빨갱이들이나 쓸 것 같은 새빨간 '유리용 색연필'로 보안에 걸릴만한 부분을 좍좍 그어댔다. 서울시내 전경을 촬영한 사진도 '인쇄불가'였다. 이유는 사진 한가운데 청와대 지붕이 5밀리 정도 크기로 찍혀있다는 것이었다. 청와대가 들어있지 않은 사진도 역시 '인쇄불가'다. 보안사령부 건물 귀퉁이가 2밀리 정도 보인다는거다.
세스나 경비행기에서 사진 신나게 찍은 후 보안사에 검열 받으러 갔다가 죄다 빨간색 '사용불가' 도장으로 떡칠을 해서 돌아오면 데스크로부터 '너 바람 쐬라고 비행기 띄웠냐? 어떡할래?' 야단을 맞곤 했다.
그때 그 보안사령부 사람들. 지금 다들 뭐하시는지. 심심하시면 구글어스에 들어가 자기 근무하던 보안사령부 마당에 심겨진 나무까지 자세히 볼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