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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 Jongwoo / OnAsia 



  불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류는 불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음식을 익혀 먹고, 어둠을 밝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크게 연장시켰으며 추위를 이겨내었다. 때문에 세계 각지의 신화에서 불의 발견은 인류 문화의 기원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화와 더불어 불을 숭배하는 제의(祭儀)도 세계 각처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전승되고 있다.

   중국 윈난성(雲南省)에 사는 이족(彛族), 바이족, 나시족 등 소수민족에게서 불에 관련된 여러 형태의 제의를 볼 수 있다. 특히 이족은 산에서 생활해온 민족이기 때문에 산신을 수호신으로 섬기는 제의가 발달했고 고산지대의 생활에서 필수요건인 불을 숭배하는 축제도 매우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이족의 제사의식 중에서도 특히 아세(阿細)계 이족인 아시런이 치르는 제화절은 불을 숭상하는 이족의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제의다.

   이 의식은 불을 얻은 것에 대한 환희를 태초의 원시적 모습으로 재현하여 춤추고 노래하며 불로써 마을의 재앙을 쫓아내는 것 등이 핵심이다. 최근 산속의 아시런 마을에도 물질문명이 빠르게 침투하고 제의의 많은 부분이 변질되고 상업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제화절에는 외부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이 갑절 이상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중국에도 관광붐이 일면서 오지의 원시적 축제와 같은 아시런의 제의는 눈길을 끄는 관광 상품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 도로에서 진흙길을 따라 25리를 걸어 들어가야 했던 이 마을은 올해 관광객이 밀려든 이후 본격적인 도로공사를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제의가 현 단위의 축제로 이벤트화된다는 말도 들린다. 몇 년이 지나 포장도로가 생기면 수백 년을 이어져 내려온 아시런 마을의 전통적 제화절 의식은 다시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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