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 칼라하리 사막 미어캣 보호구역 (Meerkat Manor, Kalahari Desert, Nami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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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 Jongwoo / OnAsia


사막의 방범대원 미어캣

   이 세상의 많고 많은 동물 가운데 가장 귀여운 동물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미어캣을 선택하겠다.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주변 지대에만 서식하는 미어캣은 여러 가지 독특한 특성을 지닌, 매우 재미있는 동물이다. 우리가 미어캣이 귀엽다고 느끼는 것은 가끔씩 몸을 세워 사방을 살펴보는 특이한 몸놀림 때문인데, 사실 이 움직임은 끊임없는 경계 행동이다. 칼라하리 사막에는 하늘을 맴돌다가 쏜살같이 미어캣을 덮쳐 낚아채가는 무시무시한 독수리를 비롯해 자칼, 뱀 등 천적들이 많다. 힘이 없는 미어캣으로선 천적의 공격을 받을 경우 자기가 파 놓은 구멍 속으로 재빨리 숨어들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몸을 곧추 세우고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경계를 철저히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동차로 칼라하리 사막 일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미어캣 떼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땅에서 무엇인가 찾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습성을 자세히 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야생 미어캣들은 매우 조심스러워서 사람이 접근하면 순식간에 덤불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미어캣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필드 리서치를 하고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소속의 연구팀이었다. 이들은 칼라하리 사막의 특정 지역을 정해 수년 동안 미어캣의 행동을 관찰해 오고 있었다. 이들의 연구 지역 안에 서식하는 300여 마리의 미어캣은 야생이긴 하지만 사람이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는다. 오랜 동안 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익숙해져서인지 인간이 자기들을 해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듯 했고, 그 덕분에 생소하기만 했던 미어캣이란 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미어캣의 가장 큰 특징은 위계 질서가 뚜렷하며 상부상조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미어캣은 외부의 적을 감시하기 위해 수십 마리씩 무리지어 살면서 언제나 보초를 세운다. 전체 구성원들이 땅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벌레를 찾는 동안 당번을 맡은 한 마리만은 부근에서 가장 높은 곳, 이를테면 나무 그루터기나 모래 둔덕에 올라 망을 본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벌레를 잡아먹는 미어캣은 식욕이 대단해 항상 굶주린 듯 보인다. 그러니 다른 동료가 맛있는 벌레를 잡아 아작아작 씹는 동안 보초를 서는 당번은 얼마나 배가 고프랴. 하지만 절대 자기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다른 장소로 이동해 새 보초가 교대를 해 줄 때까지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다. 또 미어캣은 구성원들이 서로 도우며 새끼를 키운다. 심지어 한 암컷이 새끼를 낳게 되면 그룹 내의 다른 암컷들도 동시에 유선이 분비되어 남의 새끼에게 젖을 먹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 정도의 유대감은 다른 동물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일이다.

   미어캣의 또 다른 특징은 철저히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활동한다는 점이다. 하루 종일 먼 거리를 이동하며 바삐 움직이던 미어캣들은 저녁 해가 지평선으로 잦아들기 시작하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모두 일어나 꼼짝 않고 서쪽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다. 무엇인가 아쉽기라도 한 것처럼 하염없이 지는 해를 쳐다보다가 이윽고 태양 비치 사라지고 노을이 번지면 마지못해 굴 속으로 들어간다. 반대로 아침에는 일출 직전 굴에서 기어 나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느긋하게 감상한다. 그러나 미어캣이 왜 일출과 일몰 때에 경이로운 눈빛으로 태양을 바라보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뿐만 아니라 미어캣은 뛰어난 시각과 후각으로도 유명하다. 미어캣은 풍뎅이 애벌레와 전갈을 가장 좋아한다. 하루 종일 수지 않고 앞발로 땅을 파헤쳐 이들 먹이를 찾는데, 이 때 냄새 만으로 땅속 50센티미터 깊이에 숨어 있는 먹이를 정확히 찾아내는 실력을 발휘한다. 시각 또한 상상을 초월해 먼 하늘에 작은 점처럼 떠있는 조류가 위험한 종류인지 아닌지를 식별해 낼 수 있다. 망을 보던 보초 미어캣이 하늘에 떠 있는 새가 독수리라고 판단하면 날카로운 경고음을 내고 이 소리에 맞춰 수십 마리의 미어캣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근처에 파 놓은 굴 속으로 몸을 숨긴다.

   이처럼 개성 있는 습성으로 인해 '동물의 왕국'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미어캣. 한없이 귀엽게만 보이는 이 미어캣에게도 그러나 잔인한 일면이 있다. 미어캣은 몸집은 작지만 엄연한 육식 동물이다. 사냥꾼으로서의 피가 몸 안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공동으로 도와 가면 새끼들을 기르지만 때로는 새끼들이 그룹 내의 다른 미어캣에게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다. 먹이가 모자라서인지 아니면 위계 질서를 지키지 않는 구성원에 대한 징계 때문인지는 아직 학문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인해 미어캣은 애완동물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보는 모습과 실제와는 언제나 많은 차이가 있는 법이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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