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agonia, Chile  (칠레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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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끝에는 다른 곳에선 느끼지 못했던 장엄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남미 대륙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로 드레이크 해협 너머 남극대륙에서 불어온 바람이 오싹한 추위를 몰고 지나간다.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의해 양분된 남아메리카 대륙 남부는 아래로 내려가면서 산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다가 드넓은 대평원으로 펼쳐지는데 이곳이 바로 파타고니아다.

   세계지도를 펴보자. 파타고니아가 시작되는 남위 45도 아래에 줄을 그어놓고 보면 지구상 다른 지역에서는 육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뉴질랜드 남섬의 일부만 남위 45도 이남에 살짝 걸쳐 있을 뿐 오스트레일리아도,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모두 훨씬 북쪽에 위치한다. 그만큼 파타고니아는 남극에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하는 독특한 날씨가 이곳의 특징이다. 강렬한 직사광선이 내리쪼이다 어느 순간 돌풍이 불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해가 떠있는 가운데 진눈개비가 날리기도 한다. 파타고니아에선 여행의 피크시즌인 12월, 1월의 한여름철이라 할지라도 반팔 티셔츠와 함께 겨울용 옷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안데스 동편의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는 광대한 사막지형이다. 아시아에서 고비라 부르는, 모래언덕은 없지만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건조한 평원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가 스텝 지형이 된 이유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비구름이 안데스 산맥에 걸려 산을 넘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쪽의 칠레 파타고니아는 태평양의 서풍이 뿌리는 비와 눈으로 인해 강수량이 많다.

   칠레에서는 파타고니아 지방을 ‘제12지역’ (Region 12)이라는 단순한 행정명칭으로 부른다. 이름만으로는 무변한 황무지 같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면 속속들이 진주와도 같은 여행지를 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안데스 산맥이 파타고니아 평원으로 스러지기 전에 마지막 용트림을 하는 토레스 델 파이네 (Torres del Paine)산군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파이네의 탑’이라는 이름대로 옥색의 빙하호를 끼고 3개의 봉우리가 어우러진 토레스 델 파이네 산은 마치 거대한 탑처럼 보인다. 토레스 델 파이네가 칠레 파타고니아의 자랑이라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숨은 보석은 피츠로이 산군이다. 피츠로이는 다윈이 탔던 비글호의 선장 이름이다. 피츠로이 산군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는 세로 토레(Cerro Torre), 거대한 암봉이 송곳처럼 솟아오른 아름답기 그지없는 산이다.

   파타고니아의 중심 도시 푼타아레나스는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 당시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유럽의 물동량 증가로 많은 배들이 북적대던 주요한 항구였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의 개통으로 마젤란 해협까지 내려오는 배의 수가 격감하면서 이제는 옛날의 영화를 뒤로한 채 고즈넉한 분위기에 잠겨 있다. 이 도시는 남극대륙으로 가는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남반구의 여름인 12월이 되면 남극으로 가려는 탐험가와 과학자들이 몰려들고 남극해로 향하는 대형 크루즈선들이 들어와 잠시 활기를 띠기도 한다.

   ‘불의 땅’이란 뜻의 티에라 델 푸에고 (Tierra del Fuego)는 파타고니아 최남단에 위치한 커다란 섬이다. 파타고니아가 그렇듯 이 섬 역시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반씩 영토를 나누어 갖고 있다. 티에라 델 푸에고는 좁다란 해협에 의해 파타고니아 본토와 분리되는데, 수로처럼 보이는 이 바다가 그 유명한 마젤란 해협이다. 남아메리카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던 마젤란은 이 수로를 발견함으로써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물길을 대폭 단축하게 되었다.

   티에라 델 푸에고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광활한 땅이다. 혹독한 기후로 농작물을 기르지 못해 양들을 기르는 목장, 에스탄시아만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최근 티에라 델 푸에고의 남단에 있는 항구도시 우슈아이아는 관광지로 변모,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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