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꿈꾸는 부엌>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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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대륙(sub-continent)이라고 불리는 인도. 그 넓고 넓은 땅덩이 전체를 커버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부엌을 통해서 본 아시아 문화' 프로젝트의 인도편에서는 전통 문화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앞으로 곧 사라져버릴 오지를 우선적으로 골라 취재하기로 했다.

3주간 일정에서 선정한 지역은 북동부 나갈랜드주와 중부의 오릿사주였다. 그러나 나갈랜드주는 반정부단체의 무장활동으로 허가를 받기가 어려워 인도에서 가장 많은 종족이 사는 동부 해안의 오릿사주만을 취재 대상으로 정했다.

오릿사주에는 62개 소수민족이 산다. 해안의 부족들은 주로 고기잡이를 하지만 내륙 깊숙한 정글의 소수민족은 숲의 나무를 잘라 불을 내고 거기에 농사를 짓는 화전농법, slash and burning으로 작물을 경작한다. 소수민족의 가옥에는 부엌이라 부를만한 곳이 따로 없었다. 어두운 집안 구석에 작은 화덕이 하나 덩그마니 놓여있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식사는 대개 집 바깥에서 했다.

각 소수민족의 풍습이나 옷차림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부엌 문화와 식사 문화는 대개 비슷비슷했다. 사진가의 눈길을 끈 것은 오히려 부엌 자체보다 그 부엌까지 음식 재료들이 들어오는 과정이었다. 소수민족들은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을 했고 부족한 물품은 대개 7일장에서 구입하였다. 이 시장은 중요한 음식공급원이자 온갖 정보의 생산지이고 그나마 작은 돈을 만져볼 수 있는 판매의 장이기도 했다.

장에 물건을 내다팔기 위해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멀게는 30여 킬로의 거리를 맨발로 걸어가는 아낙네들의 끝없는 행렬, 시장으로 가는 길은 오릿사주의 정글 곳곳에 마치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다. 몬순의 빗속에 정글을 헤매며 소수민족들의 마을을 돌아보고 장터를 쏘다닌 2주일, 산에서 내려오자 멀쩡하던 등산화 밑창이 너덜너덜 떨어졌다.

오릿사 주 정글에서는 최근 엄청난 규모의 보크사이트 광상이 발견되어 수년 내에 많은 알루미늄 광산과 제련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수민족들의 생활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게 될 것이다. 소수민족의 7일장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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