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을 쫓아서 (Chasing Monsoon)
The Essay/The Diary 2008. 7. 2. 02:15 |몬순을 쫓아서 (Chasing Monsoon)
몬순을 사진에 담아보겠다고 작년 이맘 때도 두달이나 인도와 네팔을 쏘다녔지만 변변한 취재를 하지 못했었다. 몬순 때만 되면 그렇게 세게 내리던 비가 본격적으로 몬순을 찍겠다고 나서자 부슬비만 한달 내내 뿌려대는 것이었다. 결국 취재를 포기하고 네팔 카트만두의 필그림 서점에 들렀다가 ‘몬순을 쫓아서(Chasing Monsoon)'라는 문고판 책만 한 권 구입했었다.
전에는 몬순 시즌에 인도를 갈 일이 생기면 걱정부터 앞섰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필름이 감도 50짜리 후지 벨비아인데 이런 저감도 필름으로는 몬순 계절의 우중충한 날씨에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망원렌즈를 사용하려면 셔터 스피드가 안 나와서 할 수 없이 트라이포드를 들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이제 기술의 발달로 카메라 감도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편해졌는지. 몬순 아니라 몬순 할애비라도 두렵지가 않게 된 것이다.
몬순에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은 오래전 취송류라는 해류에 관한 글을 읽고 나서부터다. 인도양의 해류는 인도양 상공을 부는 계절풍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고 그로 인해 여름철 몬순이라는 장마가 생긴다. 그리고 그 몬순은 동남아시아에서의 인류의 이동, 벼농사 발견 등 인간 생활 전반에 걸쳐 실로 엄청난 영향을 끼쳐 왔다.
2주 전 강운구 선생님과 점심식사를 하다가 이번에 인도에 가면 전부터 다뤄보고 싶던 몬순을 취재하려 한다고 했더니 이름을 잘 모르는 뉴질랜드 사진가 얘기를 꺼내셨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브라이언 브레이크(Brian Brake)라는 사람인데, 그의 사진을 보면 몬순 사진의 결정판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티브 매커리도 몬순 사진집 냈었잖아요? 폭포 앞에서 우산 들고 있는 사람과 물에 잠긴 캘커타 시내에서 재봉틀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 소나기를 맞으며 택시 유리창에 얼굴을 댄 사람 사진....”
“아냐, 브라이언 브레이크가 한 수 위야. 60년대에 인도 몬순을 촬영했는데, 당시 세계의 유수한 잡지가 대부분 그의 기사를 실었어. 같은 사진을 가지고 그렇게 많은 매체가 동시에 출판을 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일거야.”
처음 들어보는 이름. 뉴질랜드 사진가 브라이언 브레이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고서야 바로 그가 저 유명한 사진을 찍은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쁨으로 충만한 채 눈을 감고 몬순 소나기를 맞는 한 인도 여인의 포트레이트. 그 사진이 촬영된게 벌써 40년이 넘었나? 정말 몰랐네.
지난주엔 사진가 여동완이 내 작업실을 찾았는데, 긴 장화 차림이었다. 장화 신고 라이카 M8을 목에 멘 모습이 잘 어울린다.
“몬순 책 내려고 성북동에서 촬영하다 왔어요”
과연 부지런한 여동완답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출판 아이템을 찾아 활동적으로 움직인다. 비가 내린다고 장화 갈아신고 성북동 길상사로 뛰어갔던 것이다.
방콕 호텔방에서 새로 구입한 카메라를 세팅하던 중 갑자기 밖에 스콜이 쏟아져 내렸다.
'자, 그럼 나도 이제 본격적으로 몬순 좀 찍어볼까.'
후다닥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데 퇴근 정체에 차가 서 있는 사이에 비가 뚝 그쳐버렸다.
몬순 쫓던 개, 하늘 쳐다보고.
Take it easy! 이제부터 시작인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