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배서더, 캘커타의 노랑택시 (Ambassador, The Yellow Cab of Kolk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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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콜카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나에게는 캘커타라는 이름이 훨씬 더 친숙하다. 인도 정부는 수년전 영국 제국주의적 색채가 배인 지명을 인도 현지 발음에 가깝도록 바꾸었다. 봄베이는 뭄바이로, 베나레스는 바라나시로... 다른 도시의 지명은 금세 익숙해졌는데 어찌된 일인지 콜카타는 옛날 캘커타라는 이름이 더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이 도시에 가면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노란색의 앰배서더 택시다. 앰배서더는 인도에서 만드는 자동차의 이름이다. 수십년 동안 앰배서더의 기본 모델은 디자인에 있어서 큰 변화가 없다. 50여년 전에 유행했음직한 곡선형의 디자인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신형차를 만들게 되면 말은 기본적인 디자인 컨셉을 유지한다고 하면서도 그때그때의 유행에 따라 전혀 엉뚱한 차에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가령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모델은 처음 나온 것과 요즘 나온 것은 생긴게 영 딴판이다. 자기들도 미안했는지 뉴(New)라는 접두사를 붙이기는 했지만... 소나타도, 그랜저도 옛날 모델과 지금 모델을 놓고 같은 자동차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도의 앰배서더는 다르다. 아무리 멀리서 봐도 ‘아 저거 앰배서더네’하고 금방 알아볼 수가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고물차, 시대에 뒤떨어진 차의 대명사가 앰배서더였는데 요즘은 다른 차들의 디자인이 하나같이 현대적으로 바뀌다보니 앰배서더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오히려 더 멋져 보인다. 앰배서더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가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았다고나 할까. 디자인비 아끼고, 홍보 효과 좋고,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인도인들의 앰배서더 사랑은 가히 국수주의적이다. 고위 공무원의 차는 모두 하얀색 앰배서더로 통일되어 있다. 수상이나 대통령이나 정당 당수나 군사령관이나 모두 앰배서더를 탄다. 앰배서더가 고물차라고? 물론 고물차가 태반이다. 그러나 최신의 앰배서더는 상당히 고급 옵션을 장착한 것도 많다. 고물차이긴 하지만 앰배서더를 타보면 의외로 실내의 쾌적성에 놀라게 된다. 운적석과 조수석이 하나의 좌석으로 붙어 있어 뒤쪽의 좌석과 확실하게 분리가 되는데, 뒤에 앉으면 상당히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앰배서더에 샛노란 색을 칠해서 택시로 사용하는 도시가 캘커타다. 캘커타 공항이나 기차역에 내리면 수백대 줄지어 늘어선 노란색 앰배서더 택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촌스럽게 강렬한 노란색은 어쩌면 이곳 인도에서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앰배서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인 듯 하다. 뉴욕의 맨해튼도 노란색 택시로 유명하지만 방문객의 시각신경을 자극하는 정도에 있어서는 캘커타에 훨씬 못미친다.

그동안은 그냥 지나치는 경유지로서 캘커타를 방문했던 것이 대부분이라 카메라를 꺼내본 적도 없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앰배서더의 이미지가 강렬한 포스가 되어 내게로 파고든다. 몬순 시즌, 모든 색깔이 우중충한데 비해 앰배서더만 밝은 색이어서 그런 것일까? 날은 덥지만 무료하게 에어컨 바람 쐬고 있느니 나가서 촬영이나 해보자. 푸리로 떠나는 밤기차가 10시 30분 출발이니 반나절만 땀을 흘리면 되겠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오후 교통지옥이 슬슬 시작되는 캘커타 시내의 아수라장으로 나섰다. 습기를 머금은 열기가 확 얼굴을 덮친다.
아.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덥구나.

Ⓒ Park Jongwoo / OnAsia
http://docu.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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