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음식 ‘차강이데’

유목민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또다른 이유는 그들의 음식문화에 있다. 몽골 유목민들의 음식처럼 간소하고 단촐한 음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들의 메뉴는 극히 단순하여 평생을 변치않는 메뉴로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음식에선 도대체 쓰레기가 나올 이유가 없다. 먹을 만큼 먹다가 남으면 보관해두고 나중에 다시 꺼내어 먹으면 그만이다.

유목민의 주식은 고기류와 유제품으로 구성된다. 유제품은 ‘흰색 음식’이라는 뜻의 ‘차강이데’로 불려진다. 하지만 서부 몽골 어디에서도 이 차강이데를 팔지는 않는다. 그 대신 아무리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 유목민이라 해도 손님이 게르를 방문하면 차강이데만큼은 반드시 대접한다. 차강이데에 속하는 유제품은 먹고 남으면 발효시켜 다른 유제품으로 만들 수 있어 버릴 일이 없다. 또 고기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만큼 잡고 남으면 말리거나 가루로 만들어 보관한다.

 

초원의 신성을 섬기고 그의 지시에 따라 이동한다

카자흐족의 유목생활은 일정한 패턴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넓게 보이는 초원이라 하더라도 금세 풀이 거덜나게 되고 한번 황폐화된 들판을 다시 목초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수십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유목생활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낭만적이지 만은 않다. 오치르와 같은 유목집단의 가장은 자기가 보유한 가축의 수와 현재의 초지 상태를 감안하고 앞으로의 기후 예측을 적절히 하여 이동의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외부인의 눈에는 우리들이 아무 초원에나 가축을 풀어놓고 대충 풀을 뜯게 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리들은 초지를 보호하기 위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요. 초원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잘 돌봐줘야 하거든요.”

과연 초원의 생태계는 기후에 무척 민감하다. 조금만 한발이 들면 목초가 그대로 말라죽고 비가 심하게 오면 그대로 홍수가 나 진흙밭으로 변한다. 유목민이 두려워하는 자연재해는 흰색 재난(차강조트)과 흑색재난(하르조트)으로 나뉘는데 차강조트는 폭설로 인해, 그리고 하르조트는 극심한 가뭄으로 풀이 자라지 않아 가축들이 굶어 죽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초원의 재해는 가축을 주된 식량원으로 삼고 있는 유목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초원을 신성시하고 더럽혀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유목 생활이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사람과 동물은 한가지예요. 도시 사람들이 자손에게 돈을 남겨주듯 우리는 자손에게 초원을 남겨줍니다. 초원을 망치면 자손들을 망치는 것이죠. 그래서 초원을 자식처럼 돌봅니다. ‘풀이 없으면 가축이 없고 가축이 없으면 식량도 없다’는 속담을 늘 잊지 않죠.”

후세를 위해 초원을 아끼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유목민들. 그들에 비해 모든 것이 한없이 풍요롭고 끝없이 행복할 것 같은 현대 산업사회의 실상은 어떤가. 어느 나라에서건 쓰레기 처리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회용품의 사용이 점점 많아지고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산더미처럼 나오며 상품을 잘 보이려는 목적의 과대포장이 넘쳐 흐른다.

땅거미가 스며드는 초원의 저녁, 식사를 마친 후 1회용 플라스틱 스푼을 내다 버리려니 마땅히 버릴 곳이 없다. 하는 수 없이 개울로 가져가 스푼을 씻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가공식품과 포장식품을 먹고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는 형태의 소비생활을 영위한다고 해서 행복이 과연 그만큼 커지는 것인가. 우리가 가진 물건들에 비해 이를데 없이 보잘 것 없는 물건들에도 만족해 하며 삶에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것만을 갖고 아끼며 살아가는 가운데 행복을 느끼는 이들 유목민들의 생활방식은 어둠이 깔린 초원 속의 나를 흔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소비 지상주의로 일관하는 우리 정주문명권의 현대인들에게 주는 교훈과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크다고 하면 비약일까.


Ⓒ Park Jongwoo / 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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